호흡의 기술/412쪽/북트리거/19,500원

숨을 쉬면 살아 있는 것이고, 숨이 멈추면 죽은 것이다. 이 책은 숨쉬기를 수동적인 단순 행위로 여기는 통념을 뒤집으며 시작한다. 평생 무의식적으로 호흡하며 살아온 이들에게 숨쉬기가 무슨 별일인가 싶을 것이다.

평소 호흡기 문제로 악전고투하던 중년의 저자는 의사의 권유로 참석했던 호흡법 강좌를 계기로 호흡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저 강사의 지시에 따라 한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숨을 쉰 것뿐인데 눈에 띄는 컨디션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호흡의 잠재력에 눈을 떴다.

현대의학에서 호흡 과정은 해부학과 생리학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의 어느 분야도 그것을 철저히 탐구한 적이 없었다. 현대의 호흡기학 학자들은 폐암폐기종 등 호흡기의 특정 질병을 주로 연구할 따름이다.

저자는 의학계와 과학계의 이단아 같은 연구자들 사이로 들어가 무려 10년 동안 숨쉬기 이면의 과학을 파헤친다. 호흡수가 어떠하든, 숨을 쉬는 통로가 입이든 코든 호흡관이든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주류 호흡기학의 관점을 뒤집었다. 더 좋고, 더 깊고, 더 건강한 호흡법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코 호흡과 입 호흡은 어떻게 다를까? 폐활량은 수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분당 최적 호흡수는 얼마일까? 숨을 천천히 쉬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완전한 날숨 배출의 효과는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 몸이 공기를 어떻게 섭취해 에너지를 끌어내는지, 그 공기가 어떻게 우리의 인체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차근차근 점검해 나가며 호흡의 진화사, 의학사를 비롯해, 해부학생리학물리학을 두루 탐구한다.

스탠퍼드대학 코과학(과학) 연구 책임자와 공동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저자는 실리콘으로 코를 틀어막은 채 오로지 입 호흡으로만 열흘을 생활한 끝에 호흡 방식에 따라 생리학적 데이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한다.

실험 결과는 놀랍다. 240시간 동안 입으로만 호흡한 저자의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수치는 급상승했다. 콧속 디프테리아균이 증가했고, 혈압이 치솟았다. 심박수 변동성이 곤두박질쳤다. 오늘날 인구의 40%가 만성 코막힘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만성 입 호흡은 전적으로 비정상이다.”

코로 숨을 쉴 수 없는 한 그 어떤 호흡법도 소용없다고 할 만큼 코 호흡은 건강한 숨쉬기의 기본이다. 하지만 인류는 긴 진화 과정을 거치며 두개골과 입안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이는 코 호흡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만성 호흡기 질환과 코막힘비염축농증수면무호흡코골이 등 현대인이 겪고 있는 호흡 문제를 고대인은 앓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고대인은 현대인과 달리 앞턱이 큼직하고 입안(구강)이 큰 데다 기도도 넓어서 원활한 코 호흡이 가능했다. 게다가 먹거리가 산업화되어 부드럽고 걸쭉한 형태로 변하면서 현대인의 호흡 문제를 부채질했다. 씹는 행위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얼굴이 좁아지고 턱이 작아졌다. 저자는 고대인의 두개골과 현대인의 두개골을 비교 연구한 학자를 찾아 실상을 파악하는가 하면, 출입이 금지된 파리의 지하 납골당에 잠입해 19세기 콜레라 희생자들의 뼈 무덤 속에서 얼굴 형태가 대량으로 붕괴한 전환점이 되는 제로 환자(Patient Zero)”의 두개골 표본을 직접 확인했다.

호흡이 건강과 장수의 열쇠라는 증거는 많다. 특히 폐활량은 수명과 큰 연관이 있다. 1980년대 심장 질환에 초점을 맞춘 70년 추적 연구 프로그램인 프레이밍햄 연구(Framingham Study)’에 따르면, 폐가 작아지고 효율이 떨어질수록 연구 대상자는 더 빨리 병에 걸려 죽었다. “폐가 더 크다는 것은 곧 수명이 더 길다는 뜻이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폐는 쇠퇴 일로를 걷는다. 갈비뼈가 점차 안쪽으로 붕괴하고, 폐를 둘러싸고 있는 근섬유가 약해진다. 30~50세까지 약 12% 폐활량이 감소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더 세게 숨을 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호흡법이 만능은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호흡법이야말로 가벼운 문제가 심각한 건강 문제로 불거지지 않도록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된 요즘 호흡 문제는 더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숨쉬기의 과학을 이해한다면, 코앞에 닥친 인류 호흡의 위기 상황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제임스 네스터(James Nestor)는

저널리스트이며 작가다. <뉴욕 타임스><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아웃사이더> 등 많은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미국 ABC 나이트 라인CBS 모닝 뉴스를 비롯한 텔레비전 및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그의 첫 번째 논픽션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Deep)2014년 아마존 베스트 사이언스 북으로, 펜아메리카에서 주관하는 2015 PEN/ESPN 문학 스포츠 저술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몸소 프리다이버가 된 저자가 지구 곳곳의 바다 탐험가들을 만나 경이로운 해양과학의 세계를 탐사하는 내용이다. 이 작업이 계기가 되어 2017내셔널 지오그래픽 익스플로러및 해양 과학자 데이비드 그루버와 공동으로 고래류의 의사소통을 이해하기 위한 CET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0년 테드(TED)가 발표한 8개의 대담한 프로젝트(Audacious Project)’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이 책 호흡의 기술은 네스터의 두 번째 책이다. 자료 조사와 집필에 꼬박 10년이 걸렸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명 활동인 숨쉬기 이면의 과학을 탐구하며 호흡의 잠재력을 파헤치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20205월에 출간된 이 책은 생물학의 변방에서 간과되어 왔던 호흡을 뜨거운 화두로 부상시키며 화제작으로 올랐다. 수많은 언론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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