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귀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합니다만 귀에 문제가 생기면 ‘혹시 내가 청력을 잃는 것 아닌가?’ 굉장히 두려워하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MP3 플레이어나 DMB, PMP등 개인용 음악, 영화 감상 장비들이 보편화 되면서 이어폰 사용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른 청력 감소 등의 문제가 언론에 소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뉴스에 나올 때 잠시 관심을 가질 뿐 또 귀의 소중함을 잊기 쉬운데요, 오늘은 귀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나 오해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7. 고막 안에 물이 차는 병이 있다?


1. 이어폰을 사용하면 청력이 손상된다?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그리고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이어폰 사용과 청력 감퇴와는 분명한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애플사의 아이팟이라는 제품이 해외에서 엄청난 유행을 불러왔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 볼륨을 높여서 음악을 듣습니다. 그리고 하루 중 상당 시간을 이어폰을 끼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최근 의학 연구에 따르면 볼륨을 최대 90%까지 올려서 하루에 2시간 이상 일주일에 5일 이상을 듣는 경우 청력 감소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수치로는 40 dB 이하의 소리에 있어서는 대화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소음을 피하고 귀를 보호하기 위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듣기 싫은 외부 소음만큼이나 큰 소리로 음악 감상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청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합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 소음 속 큰 소리로 음악 감상하는 분들도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2. 어지러움증을 가진 사람은 귀걸이를 하면 호전된다?


세상이 뱅글 뱅글 도는 느낌 한번씩 경험해보셨지요? 코끼리 코를 하고 그 자리에서 뱅글 뱅글 도는 놀이를 해본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세상이 뱅글 뱅글 돈다면 어떨까요? 이것보다 더한 고문은 없을 겁니다. 보통 연세가 많은 분들에게서 이런 증상이 흔합니다. 이렇게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분들 중에서는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하는 것이 어지러움증에 좋다고 평생 하지 않던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하시기도 합니다. 진료받으시러 오시는 할아버지 중 갑자기 귀를 뚫으신 분들은 다 이런 믿음때문입니다.

점잖은 분들께서 안하던 귀까지 뚫을 정도로 어지러움증은 사람을 괴롭히는 병입니다. 하지만 결론을 말씀드리면 귀 뚫는다고 어지러움증이 호전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어지러움증을 의학적으로 현훈이라고 하는데, 환자들이 말하는 증상은 ‘주위가 도는 느낌, 내가 빙 도는 느낌’ 또는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느낌, 흔들리는 느낌’ 등이 있습니다. 때로는 구토와 오심(메스꺼움)이 동반되어 속이 불편해서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고, 어지러우니까 빈혈이라고 속단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평형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일 수 있습니다.
그 원인에 따라 말초성 현훈이냐, 중추성 현훈이냐를 나누는데 평형을 담당하는 내이(內耳)의 문제를 말초성이라고 하고, 뇌의 문제를 중추성 현훈이라고 합니다. 유명한 사람 중 이런 현훈을 앓은 사람으로 화가 고흐가 있습니다.


3. 귀지는 더러운 것! 꼭 파내야한다?


어렸을 때 할머니들은 ‘귀에 있는 벌래를 빼야한다’며 손주들을 무릅에 눕히고 귀지를 파주셨습니다. 그렇게 귀를 파주시는 시간이 참 편하기도 했고 좀 아프기도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현대인들 대부분이 면봉을 이용해 샤워 후 귀를 청소합니다. 그렇다면 귀지는 몸에서 불필요한 것일까요?

수세기 동안 인류는 귀지를 불결한 것으로 취급하고 제거해야한다는 강박적 행동을 해왔습니다.누가 보더래도 오래된 귀지는 누르스름한 빛을 띄고 보기에 더러워 보입니다. 그러나 귀지에 대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귀지는 영어로 earwax라고 하는데요, 이 귀지는 외이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역할이 얼마나 크겠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귀지의 역할이 아니라 귀지를 제거하려는 인류의 노력에 있습니다. 귀지를 파내는 주걱이나 면봉이 외이에 입히는 손상으로 인해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영을 즐기시는 분들에게 외이염이 많이 생기는데, 이 역시 수영이 외이염을 만들기 보다는 수영 후 면봉으로 물을 제거하려고 면봉을 귀에 넣어 생기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귀지를 제거하는 주걱의 판매를 고막 손상 등의 이유로 판매를 중단시키기도 했고, 면봉에는 귀 파는 것이 염증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명시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품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귀에 종이를 말아 태우는 소위 중국식 귀지 제거 (ear candle)입니다. 화제의 위험까지도 있죠.

귀지는 어느 정도 차게 되면 저절로 귀 밖으로 떨어져 나오게 돼있습니다. 귀의 해부학적 구조가 귀지가 밖으로 자연 배출 될 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의합니다. 귀지가 많은 사람이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요.


4. 귀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귀지는 파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아마 안파보신 분은 없으실 것 같습니다. 귀지를 파다보면 누구의 귀지는 마르고 회색빛을 띄는 경우가 있고 누군가의 귀지는 습하고 끈적거리는 황갈색임을 보게 됩니다. 귀에 물이 들어가서 그러려니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연구 결과 인종에 따라 그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습니다. 이런 귀지이형성(earwarx dimorphism)은 1970년 Kishi박사에 의해 처음 밝혀졌습니다.

최근에는 유전자와 이런 귀지의 속성을 연관시켜 연구가 진행중입니다. 귀지이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ABCC11 유전자변이(SNP rs17822931)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귀지의 형성에 관여하는 분비샘과 산모의 유즙을 생성하는 분비샘의 기원이 연관되있어 귀지를 통해 유방암 예측이 가능한가도 최근 연구가 되고 있다고 하네요.

과거엔 이런 연구가 연구소에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 진행되었습니다만, 최근에는 연구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검체를 센터에 보내고 자신의 유전정보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3andMe라는 웹사이트를 찾아가보면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유전자 검사 키트를 택배로 보내줘서 자신과 비슷한 유전정보를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5. 비행기 이륙시 아기들이 우는 이유는 귀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고도가 올라갈 때 귀가 멍해지는 것을 경험하신 적 있으시죠? 귀와 코는 유스타키안관(Eustachian tube)이라는 터널로 연결이 돼있습니다. 귀 내부의 압력을 외부 압력과 동일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때문에 귀가 멍멍할 때 하품을 하거나 침을 삼키면 이 터널이 열려 귀 안의 압력을 외부 압력과 같게 만들어 주게 됩니다.

아기들의 경우 말로 불편함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도변화에 따른 귀의 통증을 울음으로 알리는 것인데요, 때문에 아기와 함께 비행기를 탈 때엔 따뜻한 물이나 우유를 젖병에 담아서 물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을 삼킬 때 유스타키오관이 열려 귀가 편해지기 때문이죠.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고 콧물이 많이 나올 때에는 이 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귀가 멍멍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중이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관이 막히면 내이에 물이 차고 이런 환경은 바이러스나 세균의 증식이 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6. 레슬링 선수들의 귀 모양은 왜 특이할까?


권투나 레슬링, 유도 선수들의 귀를 보신적 있으신가요? 격렬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귀 모양입니다. 이는 외상으로 인한 귓바퀴 혈종때문인데요, 최근에는 운동에 관심있는 일반인 사이에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이런 귀를 양배추 귀(Cauliflower ear) 또는 레슬러 귀(wrestlers ea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포츠의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혈종을 제거하는 시술로 귓바퀴 변형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나, 실제 선수들은 치료 후 다시 연습과 경기를 하기 때문에 변성을 막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때문에 예방을 위해 양쪽 귀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바셀린등 윤할제를 바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7. 고막 안에 물이 차는 병이 있다?


네! 만성 장액성 중이염은 중이에 진하고 끈적끈적한 풀 같은 액체가 가득 차는 질병인데 소아에서 잘 생깁니다. 귀와 코가 연결되있는 유스타키안 관을 통해 고막 안이 환기가 되는데요, 이 관이 막히면 중이 속에 액체가 차서 감염이 생기기 쉽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부모가 흡연하는 아이에게서 더 많이 생긴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을 가지신 부모님들은 아이 건강을 생각하셔서 금연하셔야겠죠? 그 외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아이들에게서도 잘 걸립니다.

심한 경우에는 부분적인 청각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만성적으로 앓는 경우에는 언어 습득에도 장애가 생기기도 합니다. 대부분 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모님들이 모르고 지나가기 때문이죠. 때문에 아이가 테레비전을 가까이서 보거나 볼륨을 크게 하는 경향이 있으면 지체 없이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합니다.

증상이 계속되면 귀에 환기를 시켜줄 수 있는 플라스틱 튜브를 삽입하는 수술을 합니다. 그렇게 되면 환기관을 통해 공기가 순환하면서 중이 내부를 건조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유스타기안 관도 넓어지므로 이런 중이염 발생 빈도는 줄어들게 됩니다. 대부분 8세가 넘어가면 만성 장액성 중이염에는 잘 걸리지 않습니다.
* 위 글은 대한생명 사보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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