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는 착각/332쪽/웨일북/16,000원

깊은 내면이 있다는 생각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뇌에 대한 탐구가 이뤄지는 지금도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 생각한다는 착각은 내면세계에 숨겨진 깊이가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온 인간의 얄팍함을 까발린다.

저자는 우리는 뇌에 속는 희생자일 뿐 우리 내면에는 숨겨진 신념과 동기는 없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하나씩 들며 인간이 꾸준히 뇌에 속는 이유를 빈틈없이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생물학적 컴퓨터에 해당한다. 뇌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 같지만 배반적이게도 사실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즉흥적으로 얼추 들어맞게 꾸며낼 뿐이다.

우리는 행동과 정신적 습관을 말로 유려하게 설명하고 정당화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체스 달인은 자신이 체스를 어떻게 두는지 설명할 수 없다. 의사는 어떻게 환자를 진단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즉 설명처럼 들릴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겨나는 과거 판례를 참고하고 재해석하면서 매번 새로운 사건을 판단하는 판사와 같다. 우리 뇌는 숨겨진 깊이로 현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창의적이고 즉흥적으로 만들어낸다.

우리는 내면세계의 숨겨진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간다. 지금의 생각과 행동이 내일의 선례이듯 순간순간 자기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다. 인생은 우리가 규칙을 만들어내어 스스로 점수를 내는 경기다.

생각의 감옥은 결국 내가 만들어낸 것이고, 만들어낸 것인 만큼 내가 해체할 수 있다. 이미 가진 이야기(현재)에서 시작해야 새로운 이야기(미래)를 창조할 수 있듯이.

우리는 타인의 말과 행동에 의도가 숨겨져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도를 파악하는 일은 자기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은 저 멀리 사라진다. 의도가 틀렸을지언정 옳다고 추측하고 싶은 유혹 또한 강하게 느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의심하고 세상을 왜곡한다. 실제 사람들의 동기에 대한 해석은 허구적인 인물의 해석과 다르지 않다.

일시적인 감정적 해석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는 일은 위험하다. 우리는 한 번에 하나의 생각만을 할 수 있기에 무의식적인 생각(충동)은 일어날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에 대한 가정들을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그것이 나를 창조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마침내 전통적인 사고에서 벗어남으로써 삶을 유연하게 바라보고 자신을 해방하게 될 것이다.

저자 닉 채터(Nick Chater)

영국워릭대학교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워릭경영대학원의 행동과학 교수이다. 영국 정부의 행동 통찰력팀(BIT)의 자문위원이자 BBC 라디오 시리즈 인간 동물원(The Human Zoo)의 전속 과학자이다. 또 기후변화분야의 영국위원회 회원이고, 인지과학협회와 영국아카데미 연구원이다.

200개가 넘는 출판물을 냈다. 심리 연구 부문에서 4개의 상을 받았다. 인지과학심리학 관련 여러 과학 저널의 부편집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언어의 창조(Creating Language)》 《경험주의와 언어학습능력(Empiricism and Language Learnability)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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