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문장들/190쪽/책틈/무료 eBook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이의 자살로 황망하게 남겨진 자들의 마음들이 모였다. 마음을 활자로 스스로 풀어내는 해독(解毒)의 글쓰기였다. 일곱 명의 참가자들은 과정 내내 저마다의 마음과 분투해야 했다.

마음을 활자로 스스로 풀어내는 해독(解毒)의 글쓰기. 나를 두고 떠나간 너의 마음을 그리고 남겨진 우리의 마음을 활자로 풀어헤쳤다. 힘겹게 풀어낸 활자들은 슬픔이면서 동시에 그리움의 언어들이다. 그리움이면서 다시 힘을 내어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의 언어들이다.

때가 되어 언젠가 만나게 될 순간을 기다리는 간절함의 언어들이다. 여름에서 늦가을로 건너오며 납작해진 자아를 자신의 기억과 언어로 일으켜 세워 마음을 써야 했다. 몸을 써야 했다. 글을 쓰는 동안 수없이 흔들리고 넘어졌다. 나에게서 나온 상처 입은 활자들이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기도 했다.

상실과 비탄에 대해, 나에 대해, 지나온 삶을 부정당한 것만 같은 고통에 대해,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으나 혼자 혹은 남은 자들과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풀어냈다. 달밤에 함께 글쓰기라는 몸 쓰기를 했다. 혼자라면 풀어헤칠 엄두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을 기록한다는 것은 살아내며 마주친 수많은 순간을 정직한 묵상을 통해 손끝으로 빚어내는 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도록 기억하고픈 추억도, 가슴 아팠던 기억도 어느새 흩어져버려 애초부터 없었던 부재(不在)의 기억이 될 것만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무엇이라도 붙잡아 흔적을 남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이따금 내 마음에 일어난 어떤 생각 혹은 어떤 미안함, 어떤 분노, 어떤 그리움, 어떤 간절함. 슬프다는 말은 슬프지 않다. 외롭다는 말은 외롭지 않다.

남은 가족들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 떠난 이를 오래 기억하기 위해, 진실을 밝히고자, 함께 했던 소중한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자 어떻게든 막 썼다. 그 모든 마음은 결국 사랑이었다. 이 달밤의 글쓰기를 통해 나온 글들은 또다시 모르는 타인들에게 연결되어 누군가에게 닿을 것이다. 유족들이 자주 언급하는 단어 중 하나가 흔적이었다.

이 짧은 글쓰기 과정을 통해 내 언어로 흔적을 남겨두는 그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남겨진 또 다른 딸의 마음을, 아들의 마음을, 엄마의 마음을, 남편의 마음을, 아내의 마음을, 아버지의 마음을 서로 읽어 나갔다. 달빛 아래 남겨진 자들의 마음을 읽으며 혼돈과 비탄의 터널을 지나다보면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가 보겠다는 다짐을 만나게 된다.

이 책 달밤의 문장들은 앞으로 주변인을 자살로 사별한 유족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로 전달될 예정이다. 교보문고와 yes24알라딘인터파크국립중앙도서관 등 e-book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저자 자작나무 글쓰기 모임(대표 저자)

자작나무는 자살유족 작은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의 줄인말이다. 자살유족을 위한 모임을 의미한다자작나무는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 운영하는 자살 유족을 위한 나눔과 소통의 공간이다. 자살 유족의 고통을 말하기 어려워 또 다른 고통을 겪는 자살 유족들이 만나서 회복을 돕는 자조모임이다2019년 전국 자살예방센터에서 처음으로 글쓰기 동아리 운영을 시작해 2021년 올해로 세번째 출간한 글 작품집이다. 8~11월에 동안 월요일 여덟 번의 달()밤 모임을 가졌다펜을 들었다 놓았다 하기도, 참아온 눈물을 흘려보내기도, 헤진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하며 함께 써 내려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작나무 숲 사람들의 이야기. 나 그리고 고인, 남겨진 가족을 마주하며 천천히, 그리고 함께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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