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변 배출 늦었고, 배변장애 심한 2~3세 유아 유심히 관찰해야

생후 10일 된 남아가 녹색의 담즙성 구토가 심해 부모에게 안겨 병원에 왔다. 부모는 출생 직후부터 아이가 구토가 잦아 이상하게 생각했다. 급기야 배가 심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아 진찰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아이는 검사 결과, 이름도 생소한 선천성 거대결장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선천성 거대결장증은 히르쉬스프룽병(Hirschsprung’s disease)으로도 불린다. 선천적으로 장운동이 원활하지 않아 항문 쪽으로 대변을 밀어내지 못하고 변비와 구토복부팽창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장은 수축과 이완 운동으로 음식물을 이동시킨다. 장 운동에 관여하는 것이 바로 장관신경절세포이다. 태아기에 신경 토대가 되는 세포가 입 부근에서부터 소장대장 등을 지나 항문 쪽으로 이동하면서 각 기관의 순서에 따라 장의 말단 부위까지 장관신경절세포가 만들어진다.

어떤 이유로 특정 부위에서 세포 형성이 중단되면 장관신경절세포가 없는 무신경절이 생긴다. 이 무신경절의 약 80%가 주로 대장 끝부분인 결장에서 나타난다.

신경절세포가 정상적으로 분포돼 있는 부분에서는 음식물이 잘 이동하다가도 장운동을 하지 못하는 무신경절에 이르면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계속 쌓인다. 이처럼 쌓이기만 하고 배출을 하지 못해 해당 부위 상부 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거대결장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선천성 거대결장증은 5,000명 당 1명꼴로 생긴다. 태어나기 전에는 특별한 문제를 찾지 못하다가 출생 후 장운동이 시작되면서 증세를 보인다. 보통 24시간 이내에 태변이 배출되지 않거나 구토와 함께 복부가 팽창하게 되면 선천성 거대결장증을 의심한다. 또 출생 직후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생후 3개월 전후 지속적인 변비와 녹색 구토, 복부불편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장관신경절세포가 없는 병변 부위가 짧으면 신생아 때에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2~3세가 되어서야 나타날 수도 있다. 변비 증상이 경미하면 적은 횟수라도 대변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심한 변비로 치부해 병을 키울 수 있다. 아이 변비가 심하다면 한 번쯤 선천성 거대결장증을 의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가스와 변 등이 장에 지속적으로 쌓여 세균 증식과 함께 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하면 패혈증으로 진행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치료는 수술이 필요하다. 장관신경절세포가 없는 병변 위치길이,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이 시행된다. 무신경절의 위치가 결장에 위치하는 대부분의 경우 보통 한 번의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이에 비해 무신경절 위치가 결장이 아닌, 그보다 위쪽에 있으면 수술이 좀 더 복잡할 수 있다. 두 번 이상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선천성 거대결장증은 수술 뿐만 아니라 수술 후 배변장애 관리도 중요하다. 수술로 완치된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정상적인 아이들에 비해 변지림이나 변비가 잘 발생할 수 있다. 수술 후에도 정기적으로 외래를 통해 전문의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외과 오채연 교수는 태변 배출이 늦었고, 평소 배가 많이 부른 1살 미만의 영아나 심한 변비가 있는 2~3살 유아가 있다면 한번쯤은 이 병에 대해서 의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선천성 거대결장증은 완치가 가능한 병이고, 수술 예후는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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