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 사무소와 법무부에게 바란다.
서울의대 홍승권 교수

출입국관리 사무소, 불법체류자인 외국인에게는 너무나 큰 부담이다. 몇 개월 전 경찰과 합동으로 200여명의 단속반원을 구성해 경기도 가구공단지역의 대규모 집중단속이 있었다. 또한 몇 해 전에는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로 인한 외국인근로자의 사망사건이 우리에게 매우 충격을 주기도 했었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이주민들이 대폭 증가 하고 있고 , 자의든 타의든 간에 불법체류를 하기 때문이다. 2009년 현재 외국인이 국내에 100만 명이 넘어서면서 총인구의 2%나 점유하고 있다. 이중 19만 8천여 명의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법무부의 단속과정 중 발생하는 인권과 건강권 침해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정부가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제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등록외국인 근로자와 상점주인 등 ‘단속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경기 마석에서 토끼몰이식 단속 과정에서 10여명이 다쳤으며, 12월에는 경남 김해에서는 상점과 쉼터의 출입문까지 부수며 단속이 이뤄졌다고 한다.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 사람을 끌고 나오거나 긴급보호서류 제시 등 절차를 지키지 않은 단속 행위는 불법이며, 헌법이 정하고 있는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적법 절차 원칙을 지키지 않는 법무부의 불법 단속에 심각한 부상과 재산적·정신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으며,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다가 2층에서 떨어진 네팔 근로자는 골절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였지만 출입국 관리 사무소 관계자들은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가 이들에 대한 건강을 연구한 결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 등 매우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불법체류자의 건강은 심각하게 나빴다. 상당수가 정신건강을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일반정신건강(GHQ) 조사를 보면, 이들의 평균 점수는 13.56으로 나타나 정신적 고통이 심했던 전남 순천의 주암댐 수몰지구 주민의 평균점수인 10.91보다도 높았다. 이는 ‘사회적 역할 수행과 일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고 행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며, 두통이나 요통을 호소하고 불면증도 심하게 나타나는 등 불안의 정도를 나타내는 등 불안의 정도를 나타내는 불안 평균점수도 40.26으로, 주안댐 수몰지구 주민의 평균점수 38.99보다 높았다.

가장 기본적으로 보장해야 할 외국인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원시적인 대처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불법체류노동자에 대한 국가적인 의료보장 혜택은 2005년부터 시행한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취약계층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 외에는 없다. 대부분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 등의 뜻 있는 개별적인 의사들이 시혜의 차원에서 '베풀어주는' 의료 혜택이 대다수 이다. 이들은 등록근로자 신분에서 이탈하면서, 관광비자로 불법취업을 하면서, 의료보험 혜택과는 결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때문에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일반수가'를 적용해야 하는데 이는 보험혜택을 받은 금액의 3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정상적인 진료를 받기에는 100만원 안팎의 임금을 받는 불법체류 이주 노동자들에게는 엄두가 안 나는 일이다.

또한 필자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문의로 외국인 보호소 건강 실태조사에 다녀온 결과 단속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강제퇴거되기 전에 수용되는 외국인보호소 혹은 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 내의 환경 역시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넘게 방치되어 있는 당뇨병환자가 있었는데, 당시 혈당을 포함한 기타 기본적인 진찰이 이루어진 기록은 없었고, 측정해본 혈당결과는 당뇨병으로 판명이 되었다. 당뇨의 주요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 수치도 14.3%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건강 검진 상 체중은 초기에 비하여 72kg로 한 달 사이에 5kg의 급격한 체중 감소가 있었다. 또한 외국인보호소의 위생환경도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는 당뇨병환자에게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와 같이 건강의 문제는 시혜나 인도주의적 지원의 대상이 아닌 인간으로서 당연히 그리고 평등하게 누려야할 인권의 문제라는 점이다. 인권에 관한 국제기준이나 정치철학이론에서는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육체적정신적 통합성’, 인간으로 존재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역량’(Freeman) 등을 정의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권리라고 본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 등을 유지하는 데 기본적 요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강한 삶’ 역시 인권의 핵심 요소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건강권을 최초로 규정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1946년 그 헌장에서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에 대한 권리’(right to the highest attainable health)라는 정의를 사용하였다. 국제인권법을 통해 건강권 개념의 근거는 충분하며, 그것이 불법체류자인 외국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 권리의 보호 의무는 세계시민으로서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우리나라, 대한민국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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