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396쪽/디플롯/22,000원

늑대는 멸종 위기에 처했는데,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개는 어떻게 개체 수를 늘려나갈 수 있었을까?’

사나운 침팬지보다 다정한 보노보가 더 성공적으로 번식할 수 있던 이유는?’

신체적으로 우월한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가 끝까지 생존한 까닭은?’

저자들은 이 책에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고 답을 내놓는다. 이들은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최적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통념에 반기를 들고, 최후의 생존자는 친화력이 좋은 다정한 자였다고 말한다.

한편, 친화력의 이면에 있는 외집단을 향한 혐오와 비인간화 경향도 포착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책 또한 교류와 협력이 기반이 된 친화력이다. 우리 종은 더 많은 적을 정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친구를 만듦으로써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적자생존은 사실 다윈이 고안한 표현이 아니다. 다윈은 생존투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적자가 되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다윈 이후 생물학자들이 자연을 피도 눈물도 없는 삭막한 곳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저자 헤어와 우즈는 적자생존을 일컫는 ‘Survival of the Fittest’를 변형한 ‘Survival of the Friendliest’를 책의 원제로 삼고,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생존의 필수 요소는 친화력이다.

이는 나와 다른 상대방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특히 우리 종, 호모 사피엔스에게서 가장 잘 드러난다. 해마다 개체 수가 늘어가는 개에게서도 이 능력을 발견한다. 그는 먼저 자신의 반려견인 오레오와 함께 손짓 실험 놀이를 진행했다.

실험은 간단하다. 한쪽에만 먹이를 숨긴 컵 두 개를 놓고 헤어가 손짓으로 먹이가 든 컵을 가리켰을 때, 오레오가 정말로 손짓의 의미를 이해하고 먹이를 찾아내는지 보는 것이다. 놀랍게도 오레오는 빠르게 달려가 먹이를 찾아낸다. 오레오뿐 아니라 다른 개들과도 변형된 실험을 여러 차례 시도한 뒤, 헤어는 개들이 손짓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같은 실험을 보노보와 침팬지에게 시도했을 때, 친화력이 좋은 보노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시선의 의도를 파악해 먹이를 찾아내지만 친화적이지 않은 침팬지는 계속해 실험에서 실패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손짓과 몸짓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는 종이 바로 사람이다. 사람 아기는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부모와 눈을 마주치고, 손짓과 몸짓의 의도를 파악한다. 사람에게는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이론능력이 있다. 우리 종은 지구에서 가장 정교한 방식으로 타인과 협력하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타인과 마음으로 소통함으로써, 우리 종은 감정반응을 조절하고 자기통제력을 갖추며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한 것이다.

친화력은 가축화된 종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질이다. 개는 가축화됐지만 늑대는 가축화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이 늑대를 의도적으로 가축으로 번식시켜 개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개는 스스로 가축화된 종이다.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던 친화력이 좋은 개는 수렵채집인 거주지 근처에서부터 사람들의 배설물을 먹으며 살아남았고, 이렇게 친화력이 좋은 개들 사이에서만 일어난 번식으로 이들은 사람과 더 친화적인 동물로 변하게 됐다.

이 책은 증오를 부추겨 권력을 쥔 트럼프 시기에 쓰였다. 트럼프가 멕시코의 국경 장벽은 저 짐승들로부터 보호해줄 동물원 담장 같은 것이라고 말했을 때, 민주당 의원이었던 오마는 원숭이가 높이 올라갈수록 보이는 것은 엉덩이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 사회는 지옥도를 보는 듯하다. 지지하지 않는 정당과 집단에 대한 비난과 비인간화가 심각하고, 젠더 갈등의 정도는 더 심해지고 있다.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은 혐오의 언어를 쏟아내며 양극화를 주도한다. 공론장에서는 거칠고 날 선 혐오의 말만 들린다. 마치 서로가 최적자가 되려는 적자생존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너를 제압해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기계발과 각자도생의 메시지가 학교와 기업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으며 분노로 일관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음을.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정함으로 대응해야 한다. 만나고, 눈을 마주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 나와 다른 사람을 배제하지 않고, 교류와 접촉의 기회를 열어보는 것. 과거의 인류가 그래왔듯, 다정한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책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

저자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

듀크대학교에서 진화인류학심리학신경과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에서 사람과심리학연구그룹(Hominoid Psychology Research Group)’을 세웠다. 듀크대학교로 돌아온 뒤 듀크 개 인지능력 연구센터(Duke Canine Cognition Center)’를 설립했다인지신경과학센터(Center for Cognitive Neuroscience)’의 중요한 일원이기도 하다. 2013년 버네사 우즈와 함께 개의 천재성(The Genius of Dogs)을 출간했다. <사이언스> <네이처>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등의 학술지에 100여 편의 과학 논문을 발표했다.

헤어는 개늑대보노보침팬지사람을 포함 10여 종의 동물을 연구하면서 시베리아에서 콩고분지까지 세계 곳곳을 누볐다. 2007<스미소니언매거진>이 선정한 ‘36세이하세계우수과학자 35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CBS 탐사보도 프로그램 <60>과 공영방송 PBS의 과학 프로그램 <노바(NOVA)> <네이처>가 헤어의 연구를 특집으로 다뤘다내셔널 지오그래픽 와일드 채널에서 <당신의 개는 천재입니까?(Is Your Dog a Genius?)>를 진행했다. 2019년에는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우리는 왜 증오하는가?(Why We Hate?)>에 참여했다.

 

저자 버네사 우즈(Vanessa Woods)

듀크대학교 진화인류학과의 연구원이며 수상 작가이자 언론인이다. 브라이언 헤어와 함께 2013개의 천재성(The Genius of Dogs)을 출간했다. 2010년 출간한 보노보 악수: 콩고의 사랑과 모험의 회고록(Bonobo Handshake: A Memoir of Love and Adventure in the Congo)으로 로웰 토머스 교양 부문을 수상했다.

공저로 쓴 책 정말이에요, 우주가 당신을 스파게티로 바꿔요(It’s True, Space Turns You into Spaghetti)2007년 영국왕립학회 주니어 과학도서상 후보에 선정됐다. 2004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상 저널리즘 부문을 수상했다. 현재 우즈는 <월스트리트저널>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욕타임스> 등 많은 언론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