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가속/280쪽/리더스북/17,000원

20208월 애플은 미국 증시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그해 3월에 있었던 충격적인 글로벌 증시 폭락 이후 고작 5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애플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42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단기간의 엄청난 상승이었다.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아마존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 5개 기업은 2020년 중반에만 시가총액이 11,00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미국 전자상거래업계는 같은 해 3월부터 단 8주 만에 10년치 성장을 이루었다.

이렇게 한쪽에서 쾌재를 부르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무자비한 학살이 진행됐다. 예약(booking)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항공사(airlines), 크루즈 및 카지노(cruises and casinos), 호텔 및 리조트(hotels and resorts)를 뜻하는 ‘BEACH’ 종목 주가는 같은 기간 평균 50~70% 하락했다.

엑슨모빌과 코카콜라컴퍼니3M 등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들은 시가총액이 5,000억 달러 이상 증발했고, 유통 강자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와 건강식품업체 GNC무지(MUJI) 미국법인 등 쟁쟁한 브랜드들이 파산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을 단순히 팬데믹 시기 유리한 비대면 업종은 살아남고 대면 업종은 추락한 것으로 분석한다면 매우 단편적인 통찰이다. 이 책의 저자 갤러웨이는 지나칠 만큼 빠르고 가혹하게 전략 스펙트럼을 바꾸는 과잉 수정과 가치와 프라이버시가 교환되는 세상에서 개인정보의 프리미엄화’, 손쉽게 비용 구조를 바꾸는 자본의 경량화가 가능한 기업은 어떤 업종이든 갑작스런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에어비앤비나 우버가 경쟁자들과 달리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나, 유통업체 월마트가 유통 공룡 아마존의 독주에도 여전히 성장하는 것은 모두 이 요소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많은 경제 분야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승자 독식과 패자의 도태는 더욱 무자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생존이 중요한 목표임에 분명하다. 누구든 지금은 과거에 배운 것을 잊고, 코로나 이후 세상에 자리 잡기 위한 변신을 시도해야 할 때다.

한편 팬데믹은 역설적이게도 4’ 같은 시장 지배자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신생 기업들의 펀치를 더욱 날렵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에 뚫린 기회의 구멍으로 혁신과 자본이 홍수처럼 밀려들며 교란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성공하는 시장 교란자와 무늬만 화려한 스타트업의 차이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룰루레몬, 펠로톤, 원 메디컬, 레모네이드, 와비파커, 브룩리넨 등 주목할 만한 도전자들을 낱낱이 해부한다. 또 테슬라쇼피파이스포티파이트위터우버위워크 등 도전자와 지배자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다양한 기업의 미래를 냉철하게 진단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누가 비즈니스 세계의 왕좌에 오를 것인지 들려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금껏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되던 공공 시스템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선진국으로 여겨지던 많은 국가가 바이러스로부터 시민들을 지켜내지 못해 큰 충격을 주었고, 사람들은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가 적절한 행동 지침을 알려주기를 기대했다.

팬데믹 기간 부유한 미국인 3명은 하위 50%의 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게 됐다. 극심한 빈부격차는 이제 출발선뿐만 아니라 결승선마저 고착화하기 시작했다.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는데 개인과 사회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갤러웨이는 팬데믹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혼란을 조망한다. 혁신과 발전이라는 자본주의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과 정부가 효율적으로 연대할 것을 제안한다. 개인은 성과주의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혁신과 공공의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권력자들을 감시해야 한다.

정부는 부와 특권으로 무장한 계층 대신 정말로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며, 공적 지원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는 데 쓸모 있는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구제, 중산층의 몰락과 커져가는 불평등이 뜨거운 화두가 되어가고 있는 한국에서도 귀담아 들을 만한 조언이다.

이 책에서 갤러웨이는 팬데믹이 초래한 가장 결정적인 영향으로 속도를 주목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부 트렌드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역학 관계를 놀라울 만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과 사회, 비즈니스의 모든 추세가 10년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급류가 이미 거대한 속도로 들이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 판도고등교육 시장’, ‘공공 시스템이라는 3가지 분야에서 10년 빨리 찾아온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간다.

저자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 미국 비즈니스계에서 브랜드 전략과 트렌드 예측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이자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두려워하는 분석가로 손에 꼽힌다. 미국 MBA 종합 정보업체 포이츠앤드퀀츠(Poets&Quants)가 뽑은 세계 최고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운데 한 명에, 세계경제포럼이 뽑은 내일의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s of Tomorrow)’에 선정됐다. 프로핏(Prophet), 레드 엔벨로프(Red Envelope), L2를 비롯해 9개의 회사를 설립했다. 뉴욕 타임스 컴퍼니, 어번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UC 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등에서 이사를 역임했다. 그가 운영하는 G교수(Prof G)피벗(Pivot)팟캐스트, 노머시/노맬리스(No Mercy/No Malice)블로그, 유튜브 채널 등에서 인사이트를 얻으려는 구독자는 수백만 명에 이른다. 피벗2020년 애드위크(Adweek)에서 올해의 비즈니스 팟캐스트에 선정됐다. 이 밖에 현업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섹션4’(section4.com)를 설립해 비즈니스 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치밀하게 분석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른 플랫폼 제국의 미래》 《스콧 교수의 인생 경제학》 《초예측, 부의 미래(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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