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과학/336쪽/심심/17,000원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렸어.”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해봐. 네 아이와 가족을 떠올리면 힘을 낼 수 있을 거야.”

너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람들도 다 잘 살고 있어.”

우리는 우울증을 앓는다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무심코, 때로는 진심을 담아. 우울증은 한국 성인 8명 가운데 1명꼴로 발병한다. 감기처럼 흔한 병으로 일컬어진다. 우울증은 일단 발병하면 최후 증상이 자살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고 파괴적인 정신 질환이다.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골절이나 마음의 질환으로 부른다. 그렇다면 그 마음의 실체와 정체는 무엇일까? 그동안 우울감과 우울증을 다룬 책들은 주로 심리학적 관점이나 정신의학적 배경, 개인적 요인에 집중했다. 우울증 처방도 그저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고, 해결도 개인의 노력에만 의지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고정관념을 씌우기에 충분했다.

신경과학(뇌과학)은 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생각과 감정행위의 생물학적 근거 등을 연구한다. 신경과학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빚어진다. 따라서 신경과학으로 봤을 때 우울증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의한 질환이다.

앨릭스 코브 박사가 쓴 이 책 우울할 땐 뇌 과학(원제, The Upward Spiral)은 신경과학 관점에서 우울증을 들여다본 책이다. 이 책은 뇌 과학이라는 최첨단 과학을 활용해 우울증이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되는지 설명한다.

또 증상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인지, 그에 따른 폐해는 무엇인지, 그리고 결국은 우울증으로 치닫는 뇌 회로를 다시 돌려세울 방법이 무엇인지 등을 세심하면서도 낱낱이 살펴본다.

우울증은 자칫 난해하고 무거울 수 있었던 주제다. 하지만, 이 책이 쉬운데다 심지어 재밌게 읽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저자가 놓지 않고 견지하는 태도와 자세에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경미한 혹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섬세한 묘사와 통찰에 있다. 이는 저자 스스로 걱정과 불안과 우울로 치닫는 부정적 성향을 바로잡는 뇌의 능력을 매우 자세하고 절실하게 경험한 사람이기에 가능했다.

다른 우울증 책과 달리 하나마나한 소리로 읽히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우울증을 벗어날 수 있는 절대 원칙이 있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우울증을 단숨에 해결하는 단 하나의 원칙은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작은 해법 수십 가지가 존재하는데, 그중 단 하나만 잘 활용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 앨릭스 코브(Alex Korb)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우울증 전문가. 15년 넘게 우울증을 뇌 과학의 영역에서 연구해왔다. 브라운 대학교에서 뇌 과학을 전공했고, UCLA에서 뇌 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우울증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우울증과 뇌 과학의 연관 관계를 다룬 과학 논문과 기사를 다수 발표했다. 현재 UCLA 정신의학과에서 연구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 생명공학기업들에 과학 컨설팅도 한다. <사이콜로지투데이>에 뇌 과학과 감정에 관한 칼럼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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