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 변이는 유전 안되지만 성염색체 변이는 유전
유전자 변이 있더라도 암 발병률은 개인에 따라 달라

DNA는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다. 이중 나선형 구조로 돼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DNA 시퀀스에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유전자가 코딩하고 있는 단백질에 문제가 생기면 질환이 발생하거나 세포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정상세포에 돌연변이가 여러 번 발생하면 세포는 악성세포로 변한다. 분열과 성장을 통해 암으로 발전한다. 특히 세포주기에 관여하는 여러 유전자에 하나의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여러 돌연변이가 축적되면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유전이 되나

그렇다면 유전자 돌연변이는 과연 유전이 될까

우선 유전자 돌연변이는 체세포(somatic) 변이와 생식세포(germline) 변이로 나눌 수 있다예를 들어 유방암은 유방조직에 있는 세포에서만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이 돌연변이가 암을 유발하더라도 국소적으로 체세포에만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 유전자 변이는 유전 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고형암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일부 암 중에는 생식세포의 돌연변이가 원인인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난자 등에서도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자녀에게도 돌연변이가 유전된다. , 대부분의 암들은 체세포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유전이 되지 않지만 생식세포 돌연변이에 의한 일부 암은 가족성 또는 유전성 암의 형태로 대물림 된다.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

따라서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의 경우 같은 가계 내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유전성 유방암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유전성 유방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로, 다발성으로 발전하고 젊은 연령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80%50세 이전에 암이 발생한다. 양측성인 경우가 많고 난소암이 동반되는 경우 유전성 유방암의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유전성 유방암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외국은 전체 유방암 환자 중 20~25%에서 유방암의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하지만 유방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성 유방암은 실제로 5~10% 정도이며, 이 중 50~70%BRCA1, 2 유전자 돌연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BRCA1 유전자는 염색체 17번에 위치하고, BRCA1 전 엑손에 걸쳐서 다양한 변이들이 보고되고 있다.

BRAC2 유전자는 염색체 13번에 위치하고 역시 다양한 변이들이 여러 위치에서 보고되고 있다. 이 두가지 유전자는 모두 상염색체에 위치하고 있어 상염색체 우성 유전을 하게 된다.

따라서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높게는 60~80%의 유방암에 걸릴 위험을 갖고 있다.

특히 BRAC1은 주로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에, BRCA2는 유방암과 난소암뿐만 아니라 남성 유방암, 췌장암, 전립선암, 담낭암, 담도암, 위암, 흑생종 등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일반적으로 BRCA1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은 70세가 되기까지 약 36~60%에서, BRCA2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은 28~56%에서 유방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유방암 환자는 수술 후 반대 쪽 유방에도 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대개 10년 내 30~40%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내가 BRCA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면 BRCA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경우 어떤 상황에서 BRCA 돌연변이의 유무를 알게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유방암이나 난소암을 진단받은 상태에서 BRCA 돌연변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면 다른 쪽 유방에도 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난소암이 발생할 위험도 높기 때문에 양쪽 유방 절제술 및 난소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암은 없지만 BRCA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에는 어떨까. 실제 안젤리나 졸리는 암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BRCA 유전자 검사를 통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TIME지와의 인터뷰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어머니 가계에서 유방암과 난소암이 빈번하게 발생해 BRCA 유전자 검사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검사결과 어머니와 동일한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암 발생 위험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안젤리나 졸리는 예방적 수술로 제왕절제술과 난소절제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예방적 수술 결정 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암이 발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미리 알게 되었을 때 가장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Penetrance, 침투도(투과율).

침투도는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을 때 실제 질환으로 나타나는 정도를 말한다. A라는 유전자가 침투도가 100%라는 것은 그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100% 질환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많은 선천성 유전 질환들은 침투도가 100%인 질환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떤 유전자들은 침투도가 100%가 아닌 60%, 70%인 경우가 있다. 이를 감소된 침투율, reduced penentrance라고 부르는데 이런 유전자의 경우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60%, 70%의 확률로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뜻으로, 반대로 40%, 30% 정도의 사람들은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어도 실제로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침투도는 유전자의 성향도 있지만 같은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이유는 유전자가 질환으로 발현하는데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모디파이어 유전자나 리페어 엔자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담배를 핀다든지 에스트로겐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BRCA 돌연변이는 갖고 있지만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리지 않을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지속적으로 검진을 하거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적 수술 등을 시행해야 한다예방적 수술의 경우 안젤리나 졸리가 했던 유방절제술과 난소절제술이 대표적이다.

다만 수술을 하더라도 언제할지, 예를 들어 출산 이후 몇년이 지나서 할지, 혹은 몇 살 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수술을 하더라도 유방암과 난소암 이외의 암들에 대한 위험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추적 관찰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검진의 경우 지속적이고 정기적이어야 한다.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 미국은 유방암 자가검진을 성인기 초기부터 매달 하도록 하고 25세부터는 6개월에 한번씩 병원에서 유방검진을 하도록 했다. 25~35세는 매년 유방촬영을 하도록 했으며, 35세부터 유방초음파 및 표지자 검사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암 유전상담, 언제 받아야 하나

하지만 검사를 시행한 이후 그 결과에 대해 전문적이고 적절한 유전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과도한 걱정만 초래할뿐이다. 또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암 유전자 검사 이후 유전상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전상담은 유전학 전문가로부터 질환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상담(genetic counseling)에서는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이 질환이 어떤 질환인지 그리고 어떤 증상이 있고, 어떤 경과를 거치게 되는지, 어떠한 형태로 유전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따라서 유전성 암이 의심되는 경우 유전자 검사와 유전상담을 받아본 뒤 유전상담을 통해 어떻게 암을 예방하고 또 감시, 검진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도움말 손영배 교수(경기남부권역 희귀질환센터장, 아주대병원 의학유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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