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

미국의 6세 희귀질병 환자였던 니콜라스 볼커가 최초로 발전된 유전체 기술을 기반으로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은 2011년 유전자 진단 학계와 업계를 떠들석하게 했다. 내가 처음으로 희귀질환 진단 문제에 대해 알게된 것도 그 때 였다. 이 후 2016년 니콜라스 볼커 사례를 책으로 엮은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 원제: One in a billion)’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고, 또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희귀질환 진단을 혁신하는 기업 쓰리빌리언(3billion)을 창업하게 될 줄은 당시로선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볼커의 사례를 통해 희귀질환 진단이 얼마나 어렵고, 환자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바로 이 혁신을 직접 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희귀질환은 국가별로 조금씩 상이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2,000명 중 1명 이하로 발병하는 질병으로 정의가 된다. 최근 전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처럼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도, 타고난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병하는 유전질병도, 선천적 또는 후천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암도 모두 ‘2,000명 중 1명 이하로 발병’ 한다는 기준이 충족되면 희귀질병에 해당한다. COVID-19의 경우 2,000명 중 1명 이하로 환자가 존재하던 초기엔 희귀질환으로 규정되다가 매일 수만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현재는 희귀질병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2,000명 중 1명이 발병하는 희귀질환은 전세계 70억 인구 중 350만명만이 가지고 있고, 국내로 좁히면 2만5,000명의 환자만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희귀질환은 1만종이 넘는다. 1만종이 넘는 희귀질환에 대한 환자수를 모두 합하면, 인구의 5.7% 정도가 희귀질환자로 추정되며, 이는 현재 기준 전세계 4억명, 국내 285만명에 해당한다. 각각의 희귀질병을 가진 환자는 소수이나 그 종류가 많아 전체 희귀질환 환자수는 매우 많다. 희귀하지만 희귀하지 않은 희귀질환의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부분이다. 

희귀한 1만개 이상의 질병. 바로 이 부분이 희귀질환 환자들이 첫번째로 부닥치는 ‘진단의 어려움’이다. 1만개 이상의 희귀한 질병에 모두 통달한 의료진이 존재하기 어렵고, 각각의 질병을 일일이 진단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가진 증상과 유사한 증상군으로 질병을 추리더라도,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희귀질병이 워낙 많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비용으로 정확히 진단을 해내기 어렵다. 일례로 난청을 가진 희귀질환 추정 환자가 있다고 할 때, 이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800종 이상의 희귀질환을 잠재 질병 대상 군으로 정의해야 한다. 난청을 증상으로 유발하는 희귀질환이 800개가 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희귀질환 환자는 정확한 진단을 받는데 평균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진단이 치료의 시작임을 고려하면, 희귀질환 환자들은 발병 이후에도 5년 동안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진단을 위해서만 많은 시간과 비용,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 
  
희귀질환 환자들을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진단을 받게 할 수 없을까? 환자 증상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는 수백개, 수천개의 질병을 한번에 빠르게 진단을 해낼 수 없을까?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희귀질환 환자들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크게 혁신시킬 수 있을 텐데. 다행히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존재하는데, 바로 니콜라스 볼커를 진단하는데 사용되었던 혁신 유천체 기술이다. 
 
1만종의 희귀질환 중 80%는 유전적 문제로 인해 발병하는 유전질병에 해당한다. 인간의 유전자 2만여개를 모두 읽어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하는 8,000여개 질병을 한번에 검사하고 빠르게 진단해 낼 수 있다면, 알려진 유전질병을 가진 희귀질환 환자의 경우 한달이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올바른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니콜라스 볼커 사례 이후 발전된 유전체 기술을 진단에 활용하는 의학유전학은 빠르게 발전해 왔고, 현재 볼커와 같이 유전질병이 의심되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경우 한번에 2만개 유전자를 모두 읽어 진단을 시도하는 검사를 통해 평균적으로 40% 가량의 환자들이 1~2달 안에 진단을 받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볼커의 경우 1억 이상이 소요되던 것에 비해 현재는 100만~200만원 정도로 급격히 낮아져 검사가 필요한 환자라면 누구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높아졌다.  

유전체 기반 진단 기술로도 희귀질환 진단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이 된 것은 아니다. 유전체 기술의 발전을 통해 유전체 진단의 효용을 더 높여야 하고, 희귀질환 환자들이 비용 걱정 없이 빠르게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체계와 보험 정책의 개선도 필요하다. 또 정책적 뒷받침을 가능케 하는 국민들의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제고 또한 필요하다. 

희귀질환 환자의 50%는 성년이 되어 발병한다. 나와 내 가족도 언제든 희귀질환 환자가 될 수 있다. 희귀질환 환자들이 겪는 고통에 관심을 갖고, 희귀질환 치료와 진단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

쓰리빌리언은 인공지능 유전변이 해석 기술을 기반으로 희귀질환 유전자검사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현재 50개 이상의 국가에 인공지능 기반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창원 대표가 지난 2016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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