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은 1972년 Korsch와 Negrete라는 연구자가 Scientific American이란 학술지에 ‘Doctor-Patient Communication’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학문으로 발전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의사와 환자와의 대화는 있었습니다. 단지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단을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 뿐이죠.

의사들은 의과대학 6년과 인턴과 레지던트라는 수련의 시간 동안 문진을 통해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특별한 소통의 기술을 숙지하게 됩니다. 환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의심 질환들을 제외시키는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과정(문진)이죠. 의사들이 스스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교육받았다고 생각하든 하지 않든 간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수련 받습니다.

최근에는 의사의 대화법에 대해 다양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개인과 개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외에 공중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건강분야에서 중요해졌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의학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수명이 증가하고 노인 인구가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감염, 외상과 같은 급성질환보다 만성질환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 시작했으며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적 조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의학에서도 예방의학이 주목 받기 시작했지요. 이런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들이 특정 행동이나 사회적 요인을 제거한다면 질병 이완률을 줄이고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이 가져오는 비만, 청소년기에 접하게 되는 술과 담배, 부족한 운동 등을 개선한다면 성인이 돼서 겪게 되는 질병 이완률을 줄이고 개인적인 삶의 질과 비용 부담뿐 아니라 사회적인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미국인의 사망원인 중 절반에 있어서는 예방 가능한 행동이나 사회적 요인과 관계가 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Neuhauser & Kerps, 2003).

보건당국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잘하자는 캠페인을 떠올리시면 이런 예방적 노력이 쉽게 이해 가실 겁니다. 암과 같은 경우 일찍 발견하게 되면 암 자체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예방의학적 접근은 대국민 소통으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병에 대한 홍보(health promotion), 캠페인(campain)이 중요해진 것 입니다. 아마 흑백 TV 시절에도 건강과 관련된 여러 홍보물을 보신 기억이 있을 겁니다.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산아제한 정책이나 기생충 관련 홍보가 과거에 있었던 건강 관련 캠페인 중 대표적인 것일 것 같습니다.

사람과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이든, 공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든 건강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헬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합니다.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마케팅 일환 중 프로모션(promotion) 차원에서 이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최근에 있어서 굉장히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는 전세계적으로 고령화 쓰나미가 온다고 표현할 만큼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 예방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진 것도 있고, 의학 기술의 발전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져오는 비합리적인 의료소비를 줄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하기 위해서도 중요해졌습니다.

순수 의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생체의학적인 모델(biomedical model of medicine)에서 근거 중심(evidence-based)의 접근을 중요시하면서 놓치기 쉬운 질병의 심리 사회적인 측면(psychosocial aspect)을 보강해야 하는 시점에 처했습니다. 대체의학, 민간요법에서는 심리 사회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면이 있다 보니 의학적 근거에 따른 판단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이 때로는 제도권내의 의학적 치료를 우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대체의학, 민간요법 등을 우선 순위에 두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질병치료에 있어서는 잘못된 의료소비라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의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치료라는 생각, 그리고 현대의학적 접근과 치료결과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편견, 자연 회귀주의의 확산 등으로 인해 잘못된 의료 소비를 하거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행동(behavior)을 하지 않거나 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 습관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백신 거부운동 (자연주의 육아법)이나 운동 대신 보양식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경향, 암환자들이 정상적인 치료과정을 거부하고 자연적 면역증강 치료를 선택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의료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 한 가운데 놓이게 되면서 어떤 선택이 가장 합리적일 것인가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하게 되었는데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이 보건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된 것이죠. 때문에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예방의학측면에서 보건당국의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 분야라 할 수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학문적인 연구뿐 아니라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와 지원이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여러 헬스케어관련 홍보대행사에서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최근에는 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도 생겼습니다.

10월에 있었던 광고계 동향(광고 업계 전문지)에는 헬스 커뮤니케이션이 테마로 보도가 되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저도 이 헬스커뮤니케이션 관련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가 끝나고 사석에서 담당 기자 분이 인터뷰한 사람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역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헬스 커뮤니테이션에 대한 동상 이몽이라고 해야 할까요? 국내에서는 낯선 학문이기 때문인 것 같기 하고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학문적인 측면과 이를 실무에 적용해야 하는 업계에 계신 분들 간의 시각 차이가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기술 발달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인터넷, 특히 소셜 웹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활용한 헬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상당히 큰 관심을 가지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의 증가로 인해 의료 제공자와 소비자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웹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의료정보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또 Health 2.0의 변화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건강에 대한 WHO의 정의는 “완전한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안녕상태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cited in Costello, 1977)입니다.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질병이나 건강에 대해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안녕상태를 유지하도록 영향(influence)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매스 미디어, 블로그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웹의 도구, 인스턴트 메시지, 우편, 이메일, 전화 등 어떤 도구를 활용하던 간에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최종 목표는 좋지 않은 습관을 버리고 건강한 습관과 합리적 의료소비를 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건강 증진을 위해 어떻게 영향력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헬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시는 분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에서 영향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료 윤리와 의학적 지식 특히 의학적 근거에 대한 통찰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헬스 커뮤니케이션 학문은 매우 어렵고 특수한 것 같습니다.

Health 2.0을 이야기하는 HIT(healthcare IT) 기획자나 Health communication을 하고 있는 실무자, 학자 중에서는 Health 2.0이나 Health communication이 현대의학과는 별개로 건강 증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헬스 커뮤니케이션이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는데 이 것을 건강 증진하기 위한 노력이 아닌 의사를 배 불리기 위한 방편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동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홍보학과 교수님을 학회에서 뵌 적도 있고, 병원과 의사에 대한 불신이 커서 대중의 지혜를 통해 건강한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HIT 기획자도 봤습니다. 그 이면을 보면 개인적인 경험에서 생긴 병 의원에 대한 불만, 현대의학의 불신이 깔려있었습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걸림돌이 의학에 대한 이해부족, 그리고 의사에 대한 불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Health 2.0 서비스 기획자든, 헬스 커뮤니케이션 실무자든 의사라는 직업과는 별개로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가져야함에는 이견이 없지만 의학에 대판 이해 부족이나 편견이 개입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왜 이렇게 불신이 팽배하게 된 것일까요? 의사들은 무엇을 놓친 것일까요? 건강에 대한 개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아닐까요? 우리의 보건 제도는 의사와 환자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요? 짧은 지식을 가진 저로써는 그 답을 알긴 어렵습니다. 앞으로 많은 의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야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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