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은 최소 3개월 이상 장에 염증이 지속되면서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 면역성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 염증성 장질환이다.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변을 참지 못하는 ‘대변 절박증’과 설사‧혈변‧복통 등으로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염증성 장질환은 근본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만성질환이다. 치료가 잘 되는 관해기(완화) 환자라도 갑자기 재발할 수 있다. 이때 의료진의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대부분 젊은 환자들이 많아 여행 등 해외로 나가려면 증상 재발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해외여행이 제한되거나 짧게만 가능했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지혜 교수 공동연구음 염증성 장질환 환자도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대변 염증 수치(칼프로텍틴)를 확인하고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여행 중 자가 치료를 준비하면 일반인처럼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해외여행 중 염증성 장질환 증상을 재발시키는 인자를 파악하는 연구를 했다. 연구는 2018~2020년 해외여행을 다녀온 94명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동반 질환 ▲생물학제제 치료 ▲여행 전 대변 염증 수치 ▲비행시간과 여행기간 등 다양한 인자를 비교‧분석했다.

연구 결과, 증상 재발을 겪은 환자 비율은 16%였다. 이들은 다른 환자들에 비해 대변 염증 수치가 높았다. 고혈압‧당뇨 등 동반 질환을 앓고 있었고 응급실 방문 이력이 있었다. 이에 비해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면역조절제와 생물학제제 투여 여부, 비행시간‧여행기간은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라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여행 전 대변 염증 수치와 동반 질환을 확인하고, 담당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여행 중 치료계획을 준비한다면 일반인과 동일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언제 증상이 악화될지 몰라 그동안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관해기 상태이고 대변 염증 수치가 높지 않으면 큰 걱정 없이 해외여행을 다녀와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생물학제제 치료를 받고 있으면 정맥 주사 일정을 조정하거나 자가 주사 키트를 여행에 챙겨가야 한다”며 “여행 전 미리 주치의와 상담을 권장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의 논문은 SCIE 국제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1월 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