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체의 세포 속에서 지질을 운반하는 단백질이 확인됐다. 이제까지 효모 등 단세포 동물에서 접촉점을 형성하는 단백질 복합체들이 연구됐지만, 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체에서 이를 수행하는 단백질과 작동 원리는 규명된 게 없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이창욱 교수팀은 ‘MIGA2(Mitoguardin2)’ 단백질이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 사이에서 인지질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고 7일 밝혔다. MIGA2는 아미노 말단의 막 통과 도메인(transmembrane domain) 단백질이다.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세포 소기관은 진핵세포의 장기로, 소기관끼리 지질, 단백질과 같은 물질을 교환해 세포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과거에는 소낭이라는 주머니에 물질을 싸서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소기관들이 직접 접촉해 통로를 만들고 물질을 교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제공 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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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 사이에 접촉 통로를 만드는 단백질(막접촉점 단백질)로 예상되는 MIGA2의 작동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단백질 결정을 엑스레이(X-ray)로 분석했다.

그 결과, MIGA2가 ‘지방구 표적화 도메인(LD targeting domain, LTD)’에 인지질을 가두고 미토콘드리아와 소포체 사이를 오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MIGA2 단백질의 LTD 부위의 모양이 머그컵을 닮은데다 컵 내부에 해당하는 부분이 지방과 친한 소수성을 띠어 인지질을 운반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이를 검증했다. MIGA2의 소수성 공동(컵 내부)에 인지질과의 결합을 방해하는 돌연변이를 만들자, 세포 내 인지질 운반 능력이 떨어졌다.

MIGA2 단백질의 인산화 유무가 지질 수송 능력을 결정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인산화는 단백질에 인산 작용기가 붙는 것으로, MIGA2가 인산화되자 소포체와의 결합이 단단해져 지질 수송 능력이 향상됐다.

연구진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 세포 속 지질 대사에 대해 한 단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비만 등 지질 대사에 관련된 질병을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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