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완벽 지침서/512쪽/서울의학서적/25,000원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자폐 치료법 등을 망라한 자폐 완벽 지침서를 출간했다. 자폐 완벽 지침서는 미국소아과학회 공식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지침서를 번역한 책이다. 부모에게는 실용적인 지식과 희망을, 전문가와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영감과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제작됐다.

자폐는 빨리 발견하고 빨리 도와줄수록 인지사회언어 등 모든 영역의 기능이 개선된다. 최근 조기진단에 부모와 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조기진단을 받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아기가 어딘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부모는 어떻게 할까? 대부분 소아청소년과를 찾아간다. 영유아 검진 때 걱정을 털어놓을지도 모른다. 이때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소아정신과를 가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한편 소아정신과에 진료 예약을 하면 빠르면 6개월, 길면 1년 뒤에나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자폐라면 만 2세 이전에 중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1년을 기다린단 말인가? 부모의 마음은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서양의 사정은 어떨까? 자폐를 비롯해 간단한 어린이 발달장애와 정신과적 문제는 일차적으로 소아과 의사가 진단하고 치료한다. 물론 훨씬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다면 소아정신과 의사에게 의뢰한다. 이런 방식은 매우 합리적이다. 소아과 의사는 부모와 어린이가 가장 자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의료인이다. 감기든 예방접종이든 정기 영유아 검진이든 소아과 의사를 만날 일은 너무나 많다.

대부분의 소아과가 동네에 있어 찾아가기도 쉽다. 어린이의 부모와 형제까지 자주 보아 친숙하다. 그 자리에서 자폐나 ADHD 같은 상태를 바로 진단받고 대책을 세울 수는 없을까? 더 나아가 아이가 학교에서 겪는 문제를 상의하고, 사춘기에 겪는 성적정신적 어려움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면 어떨까?

자폐는 제대로 진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정식 진단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기진단, 조기중재가 중요하다면 우선 소아과 의사가 판단하여 빨리 중재를 시작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진단 과정은 차분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독립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장애를 막고 혼자 살아갈 수 있다면 당사자와 가족에게는 물론 사회 전체가 큰 이익을 본다. 이 책을 보면 미국이 딱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되려면 제도를 고쳐야 한다. 그간 어린이 발달과 정신적 문제를 상대적으로 도외시했던 소아과 의사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소아과 의사가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소아정신과적문제를 진단하고 관리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 책은 미국소아과학회에서 발간한 공식 자폐 지침서다. 일차적으로 부모를 위해 쓰인 책이지만 우리나라 상황에서 소아과 의사들이 자폐에 대한 지식을 쌓고, 소아과 의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성찰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을 통해 부모와 의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정의와 원인진단치료중재에 대해 기본적인 개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복잡한 중재법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고, 효과가 없는 중재법과 절대로 피해야 할 방법까지 콕 집어 알려주는 대목은 통쾌할 정도다.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약물의 역할과 대체요법에 대해서도 꼼꼼히 짚고 넘어간다.

이 책에는 매우 전문적인 내용도 실려 있지만, 군데군데 실제 사례가 제시되는 데다 특히 책 뒷부분에 자폐인과 가족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반드시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관심 있는 부분을 먼저 보아도 좋고, 전문적인 지식을 한 번에 읽기가 버겁다면 잠시 책 뒤로 가서 가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

대표 역자인 아동병원협회 강병철 편집전문위원은 이 책이 우리나라 자폐 진료 시스템과 정책 개선에 기여해 어린이 발달과 정신장애 치료에 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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