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464쪽/코쿤북스/18,800원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리사 태디오의 첫 논픽션이다. 2019년 영미권에서 가장 화제가 된 책 중 하나다. 이 책에서 태디오는 우리의 심원한 본능 중 하나인 성욕이라는 미스테리를 파헤친다. 8년에 걸쳐 수천 시간을 함께 보낸 세 여성들의 성적인 삶을 완벽히 재현해냄으로써 말이다.

이 책이 화제가 됐던 이유는 하나같이 비범했던 그 주인공들 때문이다. 첫 번째로 유일하게 실명으로 거론되는 여자는 매기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30대 군인과, 2학년 때는 유부남 영어 선생과 육체 관계를 맺은 여자다. 아론 노델이라는 선생과의 비밀스러운 육체관계, 그로 인한 형사 재판은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유명한 사건이었다.

또 한 명의 여자는 인디애나의 30대 주부 리나이다. 겉으로 보기에 리나는 부족함이 없다. 아름답고 깨끗한 집과 성실한 남편이 있고, 사랑스러운 아이도 둘 있다. 그런 리나가 조만간 남편과 헤어질 생각을 하는 이유는,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옛 연인 에이던 때문이다. 그와의 섹스가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여자는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에 살고 있는 슬론이다. 아름답고 우아한 슬론은 남편 리처드와 함께 고급 식당을 운영한다. 슬론은 그녀가 다른 남자와 관계 갖는 것을 지켜보기를 좋아하는 남편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왜 이런 욕망을 갖게 되었을까? 이들의 삶이 여성의 보편적 욕망에 대해서는 무엇을 말해줄까? 사실 이들의 욕망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들의 갈망기쁨괴로움은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태디오는 이들의 이야기가 여성의 성욕에 대해 중요한 진실을 알려준다고 믿는다. 대담하고 노련한 글쓰기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웠을 욕망들을 이해하게 만든다.

16살의 매기가 30살의 군인 마테오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단순히 그가 매기에게 다정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음적 기대와는 달리, 섹스는 그녀에게도 친밀함의 자연스러운 표현이었을 뿐이다. 선생인 노델과의 관계에서는 좀 달랐다. 노델은 가스라이팅을 통해 매기를 욕망의 노예로 길들였다. 특이한 것은 그들 사이에 성관계가 없었다는 점이다. 노델은 매기에게 구강성교를 해줬을 뿐, 자신의 바지 지퍼에는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매기는 이것을 자신의 욕망에 대한 부정, 일종의 형벌로 받아들였다.

매기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비정상적인 성 경험이 그들과 그들 주변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잔인할 만큼 가감없이 보여준다. 노델에 의해 욕망을 갖는 것을 거부당한 탓에, 매기는 이후에도 다른 어떤 건강한 성적 관계도 만들지 못한다. 노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진실을 깨닫고 재판까지 벌이지만, 여전히 노델의 사랑을 갈구한다.

매기의 사례는 이 시기의 성적 경험이 한 여성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16살 아이에게도 욕망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 욕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른다. 그것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때로는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모른다.

리나는 옛 연인과의 섹스에 정신이 팔린, 자신에게 프렌치키스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과 헤어지려는 여자다. 누가 봐도 헤픈 여자다. 리나는 예쁘지도 못나지도 않은 평범한 소녀였다. 동경하던 에이던과 잠깐이나마 사귄 것은 그녀 인생에서 거의 유일한 행운이었다. 비록 에이던은 그들 사이를 그냥 섹스만 하는 관계로 생각했지만 그건 괜찮았다.

어느 날 리나가 언니의 동급생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고, 학교에는 무서운 소문이 퍼진다. 그녀는 걸레로 불리게 된다. 에이던과의 관계도 완전히 끝난다. 대학에 진학한 후, 그런 리나에 다가온 것이 지금의 남편 에드이다. 리나는 에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가 자신을 원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까지 결심한다.

그로부터 몇년 후, 32살의 리나에게는 끊임없이 돌보아야만 하는 아이 둘, 반복되는 집안일, 지긋지긋한 섬유근육통, 그리고 몇달 째 자신에게 손도 대지 않는 남편이 남았다. 그녀는 남은 인생을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견딜 수가 없었다.

태디오는 노골적이고도 섬세하게 리나와 에이던의 섹스를 묘사한다. 리나에게 그와의 섹스는 순간적인 충동 같은 것이 아니다. “생전 처음으로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섬유근육통 때문에 평소에는 온몸이 욱신거리지만, 이날 밤 이 호텔 방에서 그녀는 행복에 싸여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그것은 그녀에게 계속해서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언가다. 리나는 집단 상담에서 자신의 처치를 털어놓지만, 다른 여자들로부터 헤픈 여자라는 수군거림만 듣는다. 그래도 상관없다. 에이던과 계속 만날 수만 있다면 그녀는 기꺼이 헤픈 여자가 될 테니까.

남편이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것을 보거나, 남편 아닌 다른 남자와 섹스하는 것을 남편에게 보일 때 흥분을 느낀다면 비정상일까? 감정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이성적으로 보면, 합의에 기초한 슬론과 리처드의 성생활은 차라리 모든 커플의 모범처럼 보인다. 우아하고 자유롭고 모두가 만족스럽다.

그들에게 스와핑은 파트너에 대한 욕망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이다. 일종의 테크닉에 가깝다. 한 번도 서로의 주인공이 바뀐 적이 없다. 그렇다면 욕망의 우물을 메마르게 내버려두기보다는, 채우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닐까? 리나처럼 섹스리스가 되는 것보다는 슬론처럼 자신의 욕망을 주도하는 것이 더 정상 아닐까?

그러나 스와핑이 정당화되려면 완벽한 합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어마어마한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만 한다. 슬론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비난은 여자에게 쏟아지기 쉽다.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어떻게 추구할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다스릴지에 관한 기술도 터득해야만 한다.

저자 리사 태디오(Lisa Taddeo)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이다. 이탈리아계 의사 아버지와 과일가게 점원 어머니의 딸로 뉴저지주 숏힐에서 나고 자랐다. 럿거스 대학을 졸업했고, 보스턴 대학에서 MFA를 취득했다. <골프 매거진>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에스콰이어>, <뉴욕>을 시작으로 많은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그녀의 기사들은 미국 최고의 스포츠 기사미국 최고의 정치 기사선집에 포함됐다. 단편 소설로 푸시카트 상을 두 번 수상했다. 세 여자(2019)는 그녀의 첫 논픽션으로 그해 영미권 최대의 화제작이 됐다. 이어서 장편 소설 Animal(2021)을 출간했다. Ghost Lover(2022)를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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