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

“희귀질환이 10,000종이 넘는데, 그 중에 치료제가 있는 질병은 몇개나 있나요?” 희귀질환 진단에 대한 소개를 하면, 빈번하게 치료제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5% 정도의 희귀질환에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고, 95%의 희귀질환에는 치료제가 없다는 일반적인 답변을 드리고, 덧붙여 질병의 치료가 약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외과적 수술, 치료제 이외 약물 치료, 식이조절 등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기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현재 수백 종의 희귀질환 치료제가 임상에 들어가 있어, 앞으로 희귀질환 치료제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의학적 효용이나 경제성 문제, 임상을 위한 환자군 모집의 어려움 등 문제로 개발이 더디었다. 이를 타개 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1983년 Orphan Drug Act(ODA)라는 법안을 발효시키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기업에 주기 시작했다. 이 후, ODA 혜택을 받는 희귀질환 치료제로 FDA에 등재된 약물은 2022년 9월 현재까지 총 6,421건에 달할 만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ODA 등 규제 지원으로 인해 희귀질환 치료제는 비-희귀질환 치료제에 비해 임상 시험 기간이 평균 9개월 짧고, FDA의 승인도 8개월 더 빠르다. 개발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 등도 받게 된다. 그런데 신약개발 과정에 대한 혜택이 주어진 것만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조단위의 비용을 생각할 때, 이 정도의 개발 기간과 비용 절감이 제약사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게 할 만큼의 효용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치료제가 개발되어 개발 비용을 회수하고, 충분한 이익을 남길 만한 경제적 효용이 있을 때, 제약사들은 적극적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서게 된다. 2022년 희귀질환 치료제 글로벌 판매는 240조원으로 예상되고, 앞으로도 매년 12%씩 성장하며 전체 제약 시장의 20% 이상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제약 1위 기업 존슨앤존스의 경우 2021년 전체 매출액 중 희귀질환 치료제 판매가 25%를 차지하는데 2026년엔 이 비율이 3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2위 아스트라제네카도 19%에서 36%로, 3위 로슈도 21%에서 26%로 희귀질환 치료제 판매 비중의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해 경제성은 없을 것으로 생각되던 희귀질환 치료제들이 실제로는 연간 조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음을 반증한다. 버텍스사는 평균 9,000명 중 1명에게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인 낭포성섬유증 치료제 트리카프타를 개발해 2021년 기준 연매출을 8조원 가량 올리고 있다. 사노피-젠자임은 평균 1만5,000명 중 1명에게서 발생하는 희귀질환 파브리병에 대한 치료제 파브라자임을 개발해 2021년 기준 연매출 1조를 올리고 있다. 

경쟁 약물이 없는 희귀질환 치료제는 시판될 때 글로벌 독점을 할 수 있고, 치료제로 인한 의료비 절감 분이 가격에 반영되어 약가가 비싸다. 이런 부분이 반영되어, 희귀질환 치료제가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소수의 환자를 타겟하는 희귀질환 치료제들도 신약개발 성공시 경제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사례들이 증명되면서, 더욱 더 많은 제약사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뛰어 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매년 400~500여개 신규 희귀질환 치료제가 ODA 약물로 등록이 되어, 임상에 돌입하고 있다. 유전자치료제 개발, 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술의 도입 등은 희귀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을 가속화 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FDA의 ODA에 등록된 국내 제약사들의 개발 중인 희귀질환 치료제는 69개에 달한다. 2021년 기준 연간 14개 희귀질환 치료제가 국내에서도 신규로 개발되고 있을 정도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국내에서도 뜨겁다. 이중에 아직 임상을 통과하고 승인된 약물은 없다. 최근 불안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분위기로 신약개발사들은 임상을 위한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개발사들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희귀질환 신약 개발을 성공시켜 글로벌 희귀질환 환자들의 희망이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금창원 대표
금창원 대표

쓰리빌리언은 인공지능 유전변이 해석 기술을 기반으로 희귀질환 유전자검사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현재 50개 이상의 국가에 인공지능 기반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창원 대표가 지난 2016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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