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에 자폐를 조기 진단하고, 집중적인 약물 치료를 하면 자폐 증상을 평생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은 자폐 조기 진단 및 유년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2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 인구의 약 2% 정도에서 발생하는 자폐는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없고 유년기에 주로 증상이 시작되지만 유년기 뇌의 변화가 성인 시기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지도 불분명했다.

이에 김은준 단장 연구팀은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및 배용철 경북대 교수팀과 함께 자폐 모델 생쥐의 자폐 증상이 성장 과정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분석결과 대표적인 자폐 유발 유전자인 ‘MYT1L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쥐는 다른 생쥐와의 사회적 교류를 잘 하지 않고, 우리 안에서 뜀박질을 반복하는 등의 자폐 증상을 보였다.

MYT1L 결손 생쥐 실험 결과 /논문발췌
MYT1L 결손 생쥐 실험 결과 /논문발췌

MYT1L을 결손 시킨 유년기 생쥐 뇌의 전전두엽에서 흥분성 시냅스의 수와 신호 전달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되는데, 두 시냅스의 균형이 깨지면 뇌 정신질환이 유발된다. 

MYT1L 결손 생쥐의 자폐 증상은 청소년기에는 일시적으로 정상화됐다가 성체시기에 다시 강하게 나타났다.

흥분성 시냅스의 수가 감소된 유년기와 달리, MYT1L 유전자 결손은 성체시기에서는 억제성 시냅스의 수와 신호전달을 증가시켰다.

MYT1L 결손으로 인한 유년기의 뇌 변화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어 있다가 성체시기에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자폐 증상을 유발한다는 의미다.

유년기 조기 진단이 자폐 치료에 중요하다는 해당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Cell Reports, (IF 9.995)’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연이은 연구에서 또 다른 자폐 모델 생쥐에서 조기 치료의 효과를 확인했다.

자폐 유발 유전자 중 하나인 ‘ARID1B 단백질’이 결여된 쥐는 사회성 저하 및 반복 행동을 보임을 확인했는데 연구팀이 ARID1B 돌연변이 생쥐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유년기 시절 ARID1B 결손이 뇌 전전두엽의 흥분성 시냅스 수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청소년기와 성체 시기 생쥐의 흥분성 시냅스 기능 감소로 이어졌다.

흥분성 시냅스 항진 약물인 플루옥세틴을 유년기에 투여한 실험(위) 결과, 사회성 저하(아래 왼쪽)와 반복 행동(아래 오른쪽) 등 행동 증상이 유의미하게 치료 확인
흥분성 시냅스 항진 약물인 플루옥세틴을 유년기에 투여한 실험(위) 결과, 사회성 저하(아래 왼쪽)와 반복 행동(아래 오른쪽) 등 행동 증상이 유의미하게 치료 확인

뇌의 변화가 유년기에 시작된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팀은 실험쥐에게 흥분성 시냅스를 항진시키는 약물인 ‘플루옥세틴(Fluoxetine)’을 생후 3주 동안 투여했다.

그 결과 유년기 약물치료를 받은 돌연변이 생쥐는 성체가 되어도 정상 생쥐와 유사한 수준의 사회성과 반복 행동을 보임을 확인했다.

시냅스의 신호 전달과 수 역시 정상화됐다.

해당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IF 17.69)’에 게재됐다.

김은준 단장은 “두 건의 연구를 통해 성장 과정에 따른 자폐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유년기의 집중 치료 후 추가로 약물을 투여하지 않아도 평생 자폐 증상이 완화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다른 유전자에 의해 유발되는 자폐 증상 역시 유년기 진단 및 약물 치료로 완화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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