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낭 없는 머리카락도 피부에 고정할 수 있는 생체친화적 접착제가 개발됐다.

왼쪽부터 KAIST 화학과 서명은 교수, 이해신 교수

KAIST 화학과 서명은 교수 연구팀(박종민 박사), 이해신 교수 연구팀(박은숙 박사), 김형준 교수 연구팀, 생명화학공학과 최시영 교수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탄닌산(tannic acid)과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섞어 생체친화적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와인의 떫은맛을 내는 탄닌산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과일 껍질, 견과류, 카카오 등에 많이 들어 있으며 접착력과 코팅력이 강해 다른 물질과 빠르게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이런 탄닌산의 성질을 활용해 물에 녹는 고분자와 섞어 독성이 낮은 의료용 접착제로 사용하지만 근본적으로 액체에 가까워 접착력을 향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두 종류의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조합해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접착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위) 폴리(에틸렌 글리콜)-폴리(락틱산) 이중블록 공중합체와 탄닌산을 물에서 섞어 만들어지는 생분해성 접착제의 원리. 블록 공중합체 미셀과 탄닌산 사이의 수소결합을 통해 노란색 코아세르베이트가 침전되고, 접착력을 나타낸다. 열처리를 거치면 수소결합이 재배열되어 접착력이 더욱 향상된다. (아래) 접착력 비교. 폴리(에틸렌 글리콜) 고분자 사용시(왼쪽)에 비해 블록 공중합체 사용시(중간) 10배 이상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으며, 열처리 이후(오른쪽)에는 60배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다. / 카이스트
(위) 폴리(에틸렌 글리콜)-폴리(락틱산) 이중블록 공중합체와 탄닌산을 물에서 섞어 만들어지는 생분해성 접착제의 원리. 블록 공중합체 미셀과 탄닌산 사이의 수소결합을 통해 노란색 코아세르베이트가 침전되고, 접착력을 나타낸다. 열처리를 거치면 수소결합이 재배열되어 접착력이 더욱 향상된다. (아래) 접착력 비교. 폴리(에틸렌 글리콜) 고분자 사용시(왼쪽)에 비해 블록 공중합체 사용시(중간) 10배 이상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으며, 열처리 이후(오른쪽)에는 60배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다. / 카이스트

연구팀이 활용한 폴리락틱산(polylactic acid, 이하 PLA)과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이하 PEG)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체 사용을 허가받은 물질로 안약, 크림 등에 많이 사용되는 PEG가 물에 잘 녹는 반면, 젖산(lactic acid)에서 유래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잘 알려진 PLA는 물에 녹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둘을 연결해 블록 공중합체(block copolymer)를 만들어 물에 녹지 않는 PLA 블록이 뭉쳐 미셀(micelle)을 만들고 PEG 블록이 그 표면을 감싸 고체처럼 거동하기 때문에 일반 PEG 대비 1000배 넘게 향상된 탄성 계수(elastic modulus)를 보여 접착시 매우 강한 힘도 버틸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탄닌산과 PLA·PEG를 조합하자 입자가 고체처럼 작동해 단일 고분자보다 10배 이상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으며 열처리 후에는 60배를 견뎌냈다. 연구팀은 금속 열처리를 하듯 온도를 올렸다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물성이 백 배 이상 향상되는데 이는 정렬된 미셀들과 탄닌산 사이의 상호작용이 점차 견고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피부 자극이 적고 체내에서 잘 분해되는 소재 특성을 이용, 모발의 끝에 이 접착제를 발라 피부에 심는 동물실험을 통해 모발 이식용 접착제로서 응용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모낭을 포함하는 모발을 이식하는 기존의 모발 이식 방식(왼쪽) 대비 생분해성 접착제를 이용한 모발 이식 방식(오른쪽)의 개요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그 효과를 입증했는데 모발 끝에 개발한 접착제를 발라 생쥐 피부에 심는 방식의 실험에서 모발 15가닥을 이식하고 하루가 지나자 12가닥이 남았고 이중 3가닥을 당기자 생쥐의 몸 전체가 들릴 정도로 고정되어 있었다. 또한, 접착제 성분은 14일이 지나자 모두 분해돼 배출됐으며 염증 반응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KAIST 이해신 교수는 "모낭을 옮겨심는 기존의 모발 이식 방식이 여러 번 시행하기 어려운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기술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CS Au'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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