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 우세준·김기웅 교수팀, 한국인 코호트 첫 연구 발표

망막 황반부의 신경섬유층 두께가 얇을수록 인지기능장애를 겪을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망막은 우리 눈의 가장 안쪽에 있는 신경 세포의 막으로 빛을 감지하고 시각정보를 처리, 통합해 대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신체 노화가 진행될수록 두께가 얇아지면서 시신경의 기능 또한 함께 저하되는데 최근 망막층 두께 감소와 인지기능 저하 사이의 연관성이 밝혀지며 치매를 평가할 수 있는 인자로써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성남시 거주 노인인구 430명을 대상으로 ‘빛간섭단층촬영’을 활용, 초기 망막 두께를 측정하고 망막 두께에 따라 이후 5년 동안 정기적으로 시행한 인지기능 검사 결과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여러 망막층 중 황반부의 신경섬유층(Retinal Nerve Fiber Layer)의 두께가 하위 25%(231마이크로미터 이하)에 해당하는 경우 치매 발생확률이 약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속얼기층(Inner Plexiform Layer) 등 다른 망막층은 미래 인지기능 저하와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망막 두께를 정밀 분석하는 빛간섭단층촬영 영상 /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망막 두께를 정밀 분석하는 빛간섭단층촬영 영상 /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경섬유층이 얇은 노인은 인지기능 평가 점수(CERAD-TS)가 초기 평균 65.4점에서 시작해 매년 3.79점 감소해 신경섬유층이 두꺼운 노인층(68.5점 시작, 연 2.42점 감소)보다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향후 인지기능의 감소 폭 역시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양상은 또 다른 인지기능 평가 도구인 MMSE 검사에서도 동일했다.

황반부 신경섬유층 두께가 얇은 그룹에서 향후 경도인지장애 혹은 알츠하이머병을 가지게 될 확률은 52.7%로 대조군의 유병 비율 11.3%를 크게 웃돌며 인지기능장애의 위험도가 약 5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 최초로 노인 인구에서 인지기능과 망막 구조의 관련성을 밝힌 연구”라며 “장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망막 구조와 미래 인지기능 저하 간의 관계를 규명한 세계 최초의 연구로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우세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황반부 신경섬유층의 두께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지기능장애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임상 현장에서 인지기능장애의 조기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김기웅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등의 인지기능장애와 연관된 다양한 요인들이 규명되고 있다”며 “망막 구조가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을 밝혀낸다면 치료법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안과학 국제학술지 'JAMA Ophthalm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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