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

국가신약개발사업단 ‘2022년 상반기 FDA 승인 현황리포트에 따르면 이 기간에 FDA 승인된 신약은 총 16건이며, 이 중 절반인 8건이 희귀질환 치료제다. 20164개에 불과하던 희귀질환 치료제들은 해를 거듭하며 FDA 승인 건수를 늘려왔고, 2019년에는 항암제 승인 건수의 2배가 넘는 치료제가 시판 허가되는 등 현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많은 제약사가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

어쨌든 희귀질환 중 단 5%만이 치료제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전세계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은 희귀질환 환우와 가족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희귀질환 환자단체에서 16년째 근무하고 있는 나로서는 우리 가족이 가진 질환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거나, ‘임상이 진행된다는 소식만이라도 접할 수 있기를기대하는 환우 가족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안타까웠다. 여러 번 들으면 무뎌질 만도 한데 오히려 들을 때마다 안타까움은 더 커져갔다. 특히 치료제가 있는 5% 질환의 환우가 제도적 한계로 인해 치료제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음을 접할 때면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이번 새로운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해 거는 80만 희귀질환 환우와 200만 환우 가족들의 기대는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성평가면제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경제성평가면제제도란 대체 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 포함)이 없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이 없고,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에만 대상이 된다,

하지만 희귀질환 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지만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그것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삶의 질과 인권이 보장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증요법으로 증상만 조절하는 희귀질환의 경우 대증요법을 신약의 약가와 비교해 경제성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환우의 생명을 경제성평가라는 잣대에 빗대어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안타까움을 넘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말이다.

그나마 지난 8월 정부가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을 통해 소아에 사용되는 약제로 생명을 위협하지 않더라도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하는 경우 경제성평가면제 대상에 해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라고 하겠다.

수십년간 환우들의 호소에도 꿈쩍 않던 정부로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을 위협하지 않지만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킬 수 있는 희귀질환의 특성이 이제야 반영되기 시작하는, 의미 있는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제도 개선에 가졌던 기대가 컸기에 소아에 국한된 제도 확대에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좌절감을 갖게 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대상 환자가 소수임을 필수대전제로 삼고 있는데 소수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대체제가 없는 약제의 경우에도 환자수가 적어야만 경제성평가면제제도 신청이 가능해짐에 따라 환우들의 치료기회가 현재보다 제한될 수 있는 역효과가 우려되기도 한다.

국내 총 약제비 대비 희귀의약품 비용은 글로벌 기준의 1/6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치료제가 존재하는 5%의 질환이라면 소아와 성인을 막론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희귀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과 싸우며 가장의 무게를 견디고, 자녀를 돌보며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인 환우와 그 가족의 어려움에도 주목해 주기를 바란다.

모든 제도는 합당한 기준이 존재해야 하고, 그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는 기준에 따른 영향과 효과 측면에 대한 검증이 수반될 것이다. 특히 정부가 환우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를 만들고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제도의 대상이 제약사가 아니라 환우와 그 가족이라는 사실이다.

아이가 수술을 받던 날, 남은 생을 기대하지 말라는 의사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던 제가 오늘 아이와 함께 눕고 일어나고, 아이의 눈을 지금도 바라볼 수 있음은 기적입니다.”

이러한 고백이 비단 보호자 한 명의 고백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일상의 기적이 이어져갈 수 있기를, 희귀질환 환우들에게 더 나은 치료환경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희귀질환 지원 정책에 반영되어 단 한 명의 희귀질환 환우라도희망 속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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