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이명철 과장

나는 이비인후과 의사다. 이비인후과 중에서도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을 주로 보는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전문의다. 앞으로 이명철의 갑상선-두경부암 이야기를 통해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이야기들을 전달할 예정이다.

첫 시간인 만큼 이비인후-두경부외과를 찾을 때 도움이 될 배경지식을 조금 알려드리고자 한다.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본 사람들이라면 어느 과를 가야하지?’라고 한번쯤 고민해본 사람들 많을 것이다. 정말로 요즘은 몸이 불편할 때 어느 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헷갈릴 정도로 과가 많다. 많을뿐더러 내과라고 해도 내과 안에서도 세부분과가 정해져 있어 단순히 해당과만 찾으려다가는 원하는 진료를 못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의료진들도 곤혹스럽고 환자분들도 불편을 느끼실 수 있다.

그러나 짐작하겠지만 세부분과로 나뉘어 있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긍정적인 점은 다방면의 질환을 치료하기 보다는 특정한 질환 몇 가지에 집중해서 잘 치료하는 게 환자에게는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의사를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의학지식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실제로 몇 년에 한 번씩 나오는 의학 교과서 보다는 매년, 매달 업데이트 되는 최신 지견으로 진료한다), 익힐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다. 따라서 특정한 질환 몇 가지에 집중해서 잘 치료하는 게 당장 최선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는 좋을 수 있다. 세부분과 전문의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최상의 상태가 유지되려면 특정 질환들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들의 숫자가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의사들에 대한 지원이 충분해야 한다.

부정적인 측면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의사가 특정 질환별로 진료하기 때문에 한 환자의 모든 질환을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 없어, 환자에게 시간적, 경제적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도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장벽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많이 개선돼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다시 이비인후과로 돌아와보자. 이비인후-두경부외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첫 글자인 ‘이’는 한자로 귀를 뜻하는 '耳'다. 그래서 귀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를 ‘이과 전문의’라고 하고 귀의 질환을 주로 보게 된다. 귀의 염증성 질환인 외이도염·중이염부터 어지럼·난청·귀울림(이명)과 같은 기능적 질환, 그리고 드물지만 귓속이나 귀 근처에 종양이 생기는 경우까지 치료하게 된다.

두 번째 글자인 는 한자로 코를 뜻하는 '鼻'. 코에 생기는 질환을 주로 보는 분을 비과 전문의라고 부르고 대부분 비염다시 이비인후과로 돌아와보자. 이비인후-두경부외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첫 글자인 ‘이’는 한자로 귀를 뜻하는 耳다. 축농증·비중격 만곡증·외비기형·코 안의 종양 등을 다루게 된다.

세 번째 인후-두경부는 한자로 '咽喉-頭頸部'이다. 인후는 조금 어려운 한자인데 쉽게 설명하자면 은 목구멍 안의 살을 의미하고, ‘는 목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숨구멍의 입구인 후두 즉 성대를 이야기한다.‘두경부는 머리와 목을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안구를 제외한 뇌바닥에서 빗장뼈 상부까지를 의미한다. 명칭도 인후-두경부로 길지만 실제로 다루는 질병도 다양하다. 주로 두경부외과 전문의로 불리며, 이 부분에 생기는 각종 양성 질환과 설암(혀에 생기는 암)을 포함한 구강암·인두암(구인두암, 비인두암, 하인두암)·후두암·갑상선암·비강암·부비강암 등의 악성 질환을 치료하게 된다.

이렇게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는 크게 세 분야로 나뉘어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분화하면 전문영역이 더 나뉘지만,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찾을 때는 일단 이런 식으로 자신의 증세를 구분하고 오면 빠르고 정확한 진료에 도움이 된다. 물론 이비인후-두경부 영역의 가벼운 증세가 있을 때는 일차 진료를 담당하는 개인 이비인후과 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게 맞고, 이후 더 자세한 검사가 필요할 때 종합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필자는 세 분야 중 인후-두경부부위의 질환을 주로 치료하고 있어 이비인후과 전문의이기도 하지만 두경부외과 의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두경부 영역 즉, 뇌와 눈을 제외한 머리와 목의 양성 혹은 악성 종양성 병변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갑상선암 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하고 있다.

20년 이상 수많은 두경부암 환자들을 만나왔다. 그러다보니 진단, 치료 방법이 엄청나게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진단과 치료 방법만 변한 것도 아니다. 의료제도, 법률, 보험 등 의료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진단과 치료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제도와 법, 보험에 대해 쓸 생각이다.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이명철의 갑상선-두경부암 이야기에 문을 두드려 주길 바란다.

원자력병원 이명철 과장
원자력병원 이명철 과장

원자력병원 이명철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과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인턴, 이비인후과 전공의,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8년부터 원자력병원에서 갑상선암, 두경부암을 전문분야로 진료하고 있다. 원자력병원 건강검진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갑상선암과 두경부암의 최소 침습적 로봇수술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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