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척수액 순환 막아…서서히 진행, ‘종사절단술’로 치료 가능

우리 몸 척추는 목뼈부터 엉덩이 쪽 꼬리뼈까지 33개의 척추뼈가 직선으로 연결돼 있다. 척추 안에 척수가 있다. 척수는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신체 각 기관으로 전달하고, 신체에서 느낀 감각을 뇌로 전달하는 일종의 도로역할을 한다.

척수는 척추뼈 안쪽에서 보호받는다. 뇌척수액이라는 액체 물질에 감싸여 이중으로 보호된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 주위를 순환하면서 외부 충격에 완충작용을 하고, 노폐물을 운반한다.

뇌척수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척수 안에 고이면 주머니 같은 공동을 만들게 된다. 공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크기가 점점 커진다. 몸집을 키운 공동은 척수신경을 압박하고 손상시켜 문제를 일으킨다. 척수에 물이 차서 온몸 감각이 마비되고,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 척수공동증이다.

목 쪽과 가슴 쪽에 있는 척수에 공동이 생기면 손가락가슴 위쪽 부위 감각이 사라진다. 아픔과 차가움, 뜨거움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다 결국 잃게 된다. 특히 목 쪽 척추에 자리한 공동은 자율신경인 교감신경 마비를 일으킨다.

이때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고, 눈꺼풀이 처지고 동공이 수축되며 땀이 제대로 흐르지 않게 될 수 있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지마비와 함께 방광항문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대소변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공동이 크기가 커지다 뇌 아래쪽 연수까지 이르면 연수공동증이 생긴다. 혀 마비와 연하 곤란, 구음장애, 안면 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척수공동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유전 요인으로 아놀드키아리증후군이 있다. 소뇌는 머리 뒤통수 아래쪽에 있다. 이 소뇌가 제자리에 위치하지 않고, 목덜미까지 길게 늘어지면서 뇌척수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 아놀드키아리증후군이다.

이때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 사이 비어있는 공간에 고이면서 공동을 만들게 된다. 후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요인으로 척추에 가해진 외상과 뇌 수막염, 지주막염 등의 염증과 종양 발생 이후 합병증으로 척수공동증이 생길 수 있다.

척수공동증 진행은 느리다. 공동을 안정된 상태로 유지, 크기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하고 제2, 3의 공동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을 치료 우선 목표로 삼는다. 한편 증상이 이미 심각한 수준이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종사절단술을 시행한다. 종사는 꼬리뼈 쪽에 있으면서 척추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종사를 절단해 뇌척수액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다.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대표원장은 종사절단술은 질환 악화를 방지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며 초정밀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신경 손상 없이 종사를 절단해야 하는 섬세하고 까다로운 수술인 만큼 신중한 결정으로 숙련된 전문의에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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