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닥터 조커. 다들 쉬시하는 이야기를 한번 끄집어 내보지. 보건 당국에서 정확도가 떨어져 검사하지 말라고 한 신종 플루 간이검사 이야긴 다 알고 있겠지? 아직 모르고 있다면 아래 기사를 먼저 읽기를.
1. 돈이 된다
검사는 비보험으로 2-3만원 정도가 추가된다. 보험 되는 확진 검사처럼 추후 삭감 위험이나 보험여부를 둘러싸고 환자와의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없다. 이 삭감이라는 의사와 정부와의 불신이 의료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태가 신종플루다. 그런데 2-3만원이나 검사비 삭감 때문에 동네 병원에서 이 간이 검사를 할까? 그건 아니다. 다음 이유들을 잘 봐주길.
2. 신속성
이 불확실한(!) 검사는 그래도 20분 안에 결과가 나온다. 거점병원이야 5일 뒤에 확진 검사 결과가 나와도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개인 의원에서 그러면 환자를 설득하기 힘들다. 더구나, 학교, 직장 문제가 걸려있어 오자마자 바로 확인해주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현재 거점병원에서 확진 검사는 4-5일 걸린다. 얼마 전까지 거점병원 가면 간이검사 양성인 경우 그 다음에 확진 검사를 하게 했다. 그래서 적절한 검사 수를 유지해 검사 뒤 바로 다음날 결과가 나오곤 했다. 그러나, 간이검사 포기 후 모두 확진 검사하는 바람에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훨씬 늦춰지게 되었다.
3. 확인서 요구하는 사회.
가족이 확진 판정 받은 경우, 출근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공무원이라면 느긋하게 쉬겠지만, 당장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 경우, 음성 결과를 기대해 검사하기도 한다. 확진 판정 받은 아이 부모님이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오셨다. 학교 교사나 직장에 플루 도는 경우 임산부도 해당되었다.
간이 검사라도 안 하면 확인서에 쓸 내용이 별로 없다. 주의 요망하고 증상 발생하는지 자택에서 관찰 요한다고 쓸까? 우리나라 조직 사회가 의사 권고를 그런갑다 하고 받아주는 사회가 아니다. 검사해오라고 돌려보내기 일쑤다.
4. 타미플루 처방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타미플루 보험으로 처방내야 의사 수입에는 큰 도움은 안 된다. 약값 리베이트 관련 없다. 얼마 전까지 타미플루는 인기 없는 약이었다. 지금 같이 난리가 나기 전에는 대부분 비보험으로 처방해야 하는, 보험으로 했다간 삭감되기 좋은 약이었다.
의심되는 환자는 다 처방하라고 보건 당국이 얘기하지만 그 걸 100% 다 믿는 개원의는 없다.
얼마 뒤 ‘타미플루 비축분 급격히 감소, 의사들의 무분별 처방 때문...’ 이런 기사 예상하고 있다. 의심 증상이 있고 간이 검사 양성의 경우 처방을 해주고 음성의 경우도 24시간 관찰 후 나타나는 증상을 보고 처방하면 검사의 낮은 정확도를 어느 정도 보완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증상이 없는데도 처방전 내놓으라고 하시는 분들을 설득하려면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
5.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폐암 조기 진단에 가슴 엑스레이검사가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바로 CT검사를 권하진 않는다. 확진 검사가 더 저렴하고 빠른 시간 안에 나온다면 좋지만, 그러지 못한 상황에서는 대안 검사가 될 수 밖에 없다.
6. 간이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동네 의원 뿐이다.
거점 병원은 보건 당국의 경고에 간이검사를 포기했다. 그래서 이 추위에 3-4시간 기다려 겨우 검사 받고 4일 뒤 결과 통보해준다는 얘기 듣고 황당해 하는 보호자 얘기도 들었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나름대로 역할 하는 검사를 아예 없애버리면 결국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타미플루 다 처방해 버리게 된다. 지금도 처방 받아 놓고 안 먹은 타미플루가 상당량에 이른다. 나중에 비축분이 동나면 비싼 값에 암거래 될 것이 뻔한데, 정부의 처방기준은 다시 생각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닥터 조커
joker@healthlo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