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국내 정식 출시된 지 아직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아이폰이 열풍의 수준을 넘어 태풍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믿을만한 지인들을 통해 최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초기 수입물량 17만대가 예약판매와 기업 대량구매를 통해 이미 거의 소진된 상태로, 추가로 5만대를 수입주문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12월 중순에 가볍게 20만대를 돌파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내년 상반기에 100만대를 돌파할 수 있을까?가 되려 관심의 초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이전에 친한 블로거 분들 및 나름 시장과 모바일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 모여서, 아이폰이 얼마나 팔릴까? 예측을 하면서 내기 비슷하게 추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와 이야기를 하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저는 최종적으로 약 20만대 정도를 추정했습니다.  그보다 적게 추정한 분들도 많았고, 많게 추정한 분들도 있었지만 평균을 내면 그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저희들의 예상은 정식발매 1주일 만에 완전히 깨질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도대체 아이폰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강렬한 반응을 일으키게 된 것일까요?


우리는 성인남성의 스마트폰 프레임에 갖혀 있었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추정을 했습니다만, 제가 추정했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을 기준으로 국내 휴대폰 판매량이 2300만대 수준인데, 이 중 스마트 폰은 30만대 정도가 판매되어, 겨우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2009년 아이폰 출시되기 이전까지는 이보다 늘더라도 크게 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면 50만대 정도가 스마트폰 시장이고, 한 모델을 1년 정도 길게 판매한다고 보면, 아이폰이 아무리 시장을 많이 차지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판매될 전체 시장의 절반 언저리 정도가 최고치라고 생각을 한 것입니다.

나름은 합리적인 추론을 한 것 아닌가요?  시장도 2배 성장으로 본 것이니 적게 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오류는 바로 우리가 "스마트폰"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스마트폰 프레임은 주로 성인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작 중요한 유행에 민감한 여성들과 젊은이들, 또한 엄마들의 심리를 읽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오류의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웹 서비스 역시 아이폰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헬스로그와 청년의사를 아이폰으로 접속한 모습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의 필수 아이템, 밴드웨건 효과

현재 프리스비 등의 매장을 가보면, 젊은 여성들이 아이폰 개통을 위해 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아이폰은 "스마트폰" 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의 필수 아이템이라는 자랑거리 이면서 동시에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가치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경향은 앞으로 국내에 아이폰 관련 액세서리 시장도 상당히 커질 가능성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현재 아이폰은 선거 등에서 많이 보던 '밴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사면서 덩달아 사게 되고, 일단 물건을 사고 사용하면서 그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추가로 주변으로 소문을 퍼뜨리고 있으며, 이것이 지속적인 바람으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퍼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패션의 유행"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의 다소는 두려운 전파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복병은 아이들과 주부들

사실 아이폰에 대한 저의 관점을 일거에 깨뜨려준 사람은 바로 저의 집사람입니다.  어제 저에게 아들래미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폰"을 사주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한 것입니다.  저의 집사람은 완전히 IT와 담쌓고 사는 사람이고, 스마트폰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서 아이에게 아이폰을 사주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정말 놀랄말한 일입니다.

비록 몇주 전에 "아이폰 나오면 아이팟 터치라는 것이 있는데, 이게 게임도 잘되니 하나 쯤 아들래미 사줘도 괜찮을거야" 라고 제가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들래미가 줄기차게 휴대폰을 사달라고 졸라대기 때문에 아이폰을 생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폰을 어떻게 알아?"라고 말을 하니, 그거를 왜 모르냐? 요즘 사람들 만나면 아이폰 이야기 하면서 엄마들이 많이 생각들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가 지금까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 스마트폰 시장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 전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에게 아이폰은 스마트폰이 아닙니다.  그냥 전화기이면서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시대를 앞서가는 그 무엇인가이고, 닌텐도 DS 보다는 훨씬 덜 중독을 시키면서 게임에 대한 요구도 어느 정도 받아줄 수 있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 것입니다.  


정보 유통의 시장이 아이튠즈를 중심으로 변할 가능성도 높다.


이대로 아이폰 태풍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 시장이 많이 억눌렸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반대급부가 아이폰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비이성적으로 과열되면서 국내의 스마트폰 수요가 모두 아이폰으로 넘어가 버린다면,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제발 SKT와 삼성, LG 모두 정신차리고 대항마인 안드로이드 폰을 빠른 시일 내에 기존의 사고를 모두 깨고 내놓으시기 바랍니다.  특히 SKT가 가장 정신을 차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아이폰처럼 뭔가 다른 클래스의 새로운 기기라는 느낌이 줄 수 있는 아이콘을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애플이라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폐쇄적인 정책을 펼치는 회사입니다.  아무리 기기가 좋아도 애플이 대세를 장악하는 구도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업체들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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