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SBS E!

개그맨 김경민이 한의원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 케이블 캐널 SBS E!TV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출연하고 있는 김경민은 연말을 맞아 부부의 건강을 위해 아내 이인휘씨와 함께 한의원을 찾았다가 이 같은 진단을 받았다. 각종 검사를 받던 도중 뇌파검사를 받으며 그 과정에서 ‘전광증’이라는 정신질환 판정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 김경민, 정신 질환 ‘전광증’ 판정 (동아일보), 김경민, 정신질환 판정 받아 (경향뉴스)

 여기서 우리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전광증이라는 병은 무엇이며, 뇌파로 어떻게 진단을 해낼 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먼저 한의학에서 말하는 전광증이 무엇인지 그 개념에 대한 정의를 알아보기로 하자.


전광(癲狂, lunacy, insanity, madness)은 정신에 이상이 생긴 병증이다. 정신이상으로 우울하고 외적 자극에 대한 반응이 둔하며, 웃거나 울기도 하고 때로 노래를 부르거나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또한 앞뒤가 맞지 않게 말하거나 큰소리를 치며, 과격한 행동까지 하는 병증이다. 기혈(氣血)이 몹시 허하거나 기울(氣鬱)로 담화(痰火)가 몰려서 생긴다. 현대의학에서 전광증은 정신분열증(精神分裂症, schizophrenia), 조울증(躁鬱症, manic-depressive psychosis) 등의 심인성 정신병(心因性精神病, 내인성 정신병), 전간성(癲癎性) 정신병 등 정신병(精神病, psychosis) 일반을 포괄한다. (출처)
 
 전광증은 소개된 그대로 정신분열증, 조울증, 전간성 정신병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범주를 이르는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즉 정신과적 문제를 대부분 포함하는 용어기에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의학에서는 이러한 정신질환을 어떻게 분류할까?

 
 의학에서는 정신병적 장애를 크게 신경증과 정신증으로 나눈다. 전자는 흔히 노이로제라는 독일식 표현을 불려지며 현실적 판단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주관적 불편함을 나타내는 심리적 장애를 의미한다. 반면 정신증은 부적응의 정도가 심각한 심리적 장애이며 환각이나 망상과 같은 현실 왜곡적 증상이 두드러진다. 지금과 같은 진단체계가(아직도 연구중이지만) 잡혀있지 않았던 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정신분열병나 조울증 등에 대한 명확한 구분없이 현실적 판단에 문제가 있고 병식이 없는 환자에 대해 단순히 psychosis(정신증)라고 통칭했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으로 과거 정신증이라고 통칭되던 질환들과 감별해야 할 질환들이 수도 없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분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정신병적 장애 분류체계인 DSM-IV에 따르면 정신장애는 크게 17가지로 범주화 되는데 각각의 범주는 수도없이 많은 하위장애를 다루고 있다. 또한 ICD-10이나 DSM-IV에서 신경증/정신증을 분류하는 정신과적 disease entity가 정확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어떤 정신과적 질환의 큰 특징을 설명하는데는 아직도 편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수백년전 정신증이라 통칭되던 개념을 꾸준한 연구와 노력을 통해서 세분화하고 그 각각의 진단기준 및 치료를 마련해 나가고 있는 것이 의학인 것이다. 허나 한의학의 분류 및 진단, 치료는 어찌 이루어지는지 알 수는 없지만 ' 양이 허하고 음이 실하면 전증이 되고 음이 허하고 양이 실하면 광증이 된다. 또한 양이 성하면 광증이 되는데 이때에는 달아나려 하고 큰소리를 외친다. 음이 성하면 전증이 되는데 이때에는 어지러워 넘어져서 정신을 잃게 된다.'라는 구절을 봐서는 DSM-IV와 같은 세분화된 분류 치료 기준이 없지 않을까 싶다.

 한편 17가지 범주를 기준으로 각 장애의 주요 특성을 살펴보면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도 한 두개의 범주에 해당된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즉, 장애(disorder)가 아닌 단순한 특성(trait)일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대개 정신증의 진단은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기에 정밀 진단시에는 정신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헌데 김경민씨는 증상없이 각종 검사를 받던 도중 뇌파검사를 받으며 그 과정에서 ‘전광증’이라는 정신질환 판정을 받게 되었다니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소개된 전광증, 즉 정신분열병이나 조울증 역시 1930년대에 Lemere와 Berger가 처음으로 환자에서 정상인과 구별되는 뇌파의 소견이 관찰된다고 보고된 이래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으나 뇌파 소견만으로 감별진단을 내리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뇌파가 뇌세포의 활동과 기능을 시시각각 잘 반영하여 주지만 의식의 수준, 졸림, 수면의 단계, 복용하고 있는 약물 등에 따라서 변화가 심하기에 대개 경험적으로 뇌파의 특정 양상이나 모양으로 중추신경계의 질환이나 기능장애를 진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초가 되는 본질적인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뇌파 판독에 있어서 지나치게 과대 또는 과소 평가하거나 잘못 이해할 수 있을 위험이 있다. 이러한 주관적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정신과적 문제는 환자와 오랜시간 면담을 하고 공통된 진단기준에 부합되는지를 평가한 이후, MRI(자기공명 영상검사)나 PET(양전자 단층촬영), EEG(뇌파) 등의 결과를 참고하여 종합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뇌파검사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시면 EEG.pdf 파일을 참조하시길)

 보도자료만으로는 정확히 어떤 진단과정을 통해서 김경민씨가 전광증 판정을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기사에서와 같이 단순히 검사도중 발견한 뇌파 소견만으로 진단을 내리거나 터무니 없는 과정을 통해 전광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모습이 전파를 탄다면 한의학은 이번 방송을 통해 다시한번 논쟁의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불어 김경민씨의 전광증은 그 정도가 경하던 심하던, 문제가 확실히 있다고 판단되면 정신과를 방문하여 상담치료 받기를 권유한다. 정신과적 문제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훗날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 미미한 진단기준을 토대로 전광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 원인으로 부인과의 결혼생활을 지목하며 흐지부지 마무리 지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설마 의료인이라는 사람이 흥미를 위해 정상을 비정상이라 사기쳤을리는 없을거라 생각한다. 아쉽게도 일하다 본방은 놓쳤으니 재방을 확인해서라도 그 진위를 낫낫히 파헤쳐 봐야겠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