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클님이 작성한 '
위의 글과 같은 경우를 솔직히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환자들이라면 그 인턴이 당연히 무성의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왜 같이 일하는 인턴-간호사가 협력하지 않고 앙숙이 되는지 이해하기 힘든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인턴을 비난하기 전에 인턴이라는 일의 특수성에 대해 먼저 생각해주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인턴들의 근무 환경은 대게 매우 열악합니다. 과도한 업무시간, 적은 월급, 미래를 결정하는 인턴성적을 잘 받기위해 윗년차는 물론이고 간호사에게도 그저 시키는대로 복종해야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속담에 '사흘 굶고 담 안넘는 종자없다'는 말이 있지요. 바꿔 말하면 '사흘 잠 못자면 앞에있는 환자가 내 혈육이라도 눈이 감긴다'라고 말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인턴을 비난하기전에 왜 인턴이나 전공의들을 그런 수련환경에 방치해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단순히 수련 과정이기때문에라는 것은 변명이 못됩니다.

우리나라의 대형병원들은 현실적으로 수련의, 전공의들의 낮은 임금과 살인적인 노동강도 없이는 돌아가기 힘듭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병원들은 단지 수련중이라는 이유로 이 모든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이런 현실은 젊은 의사들은 물론,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안됩니다. 8시간 잔 의사와 2시간 잔 의사중 누가 맑은 정신으로 환자의 상태에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는 연당을 마치고 퇴근하던 전공의가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그 부모들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그 뒤 전공의들의 근로시간이 어느정도 합리적으로 조정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요원한 이야기죠.

대학에 계신 또는 수련 병원에 계시면서 전공의를 교육하는 선생님들께 한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밑에 있는 전공의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지기전에 그들의 근무환경이나 애로사항에 대해 귀기울여 보신적이 있으신지요. 지금하시는 말처럼 그저 세월지나면 다 좋아질 것이니 무조건 참으라고 하시나요?  소수의 인기과는 그 말도 틀리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다른 의사들은 그렇게 사정이 좋지 못합니다.

간호사들은 하루 8시간씩 3교대 근무합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다른 의료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정직은 더 말할 것도 없죠. 그런데 선생님 밑의 전공의들은 하루 몇시간 근무하는지요? 그리고 어느정도의 월급과 휴가를 보장받고 있습니까? 제가아는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대한민국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삽니다.

대형병원의 수련은 이미 교육의 논리보다는 자본의 논리로 돌아선지 오래입니다.

인턴이나 전공의는 실컷부려먹다가 언제라도 버릴 수 있는 소모품에 다름아닙니다. 인턴한명쯤 없어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떠난 사람은 loser로 낙인찍으면 그만이고 아무도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죠.

일부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과에서는 전공의들의 환경을 개선시키거나 다른 전문의들을 고용해서 일손을 충족시키는 것보다는(아무리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과라고해도 전문의들은 남아돌지요) 간호사를 교육해서 환자를 진료하게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수련받은 병원의 한 과장님이 그러시더군요. (온화하고 학식도 높아 전공의들의 존경을 받는 분입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인턴시절은 정말 어두운 시기였다고.

지금도 현실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환자는 고객이라고 외치면서 의료서비스를 강조하고 의료관광까지 외치는 세상이지만 인턴. 전공의들은 여전히 일반직종이라면 수십년전에나 가능했을 환경에 삽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더이상 주변의 존중도 밝은 미래도 없다는 것이겠죠.

이것이 또 매년 전공의 과정을 포기하는 젊은 의사들이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 폴리클님이 작성한 '인턴 의사와 간호사..'에 붙은 '지나가다'님의 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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