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의 임팩트 팩터(저널의 영향력, 높을 수록 우수 논문으로 인정, impact factor)가 수직상승중인 (불과 몇년전에는 9점이었는데 현재 거의 17점이 넘는다!!) 유명한 종양학 학술지인 JCO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는 새겨봐야할 중요한 임상연구결과가 게재되기 때문에 자주 챙겨보고 있다.

이중에는 논문 말고도 암환자를 주로 보는 의사들의 경험담이나 완화의료, 의사소통방법 등에 대한 컬럼이 실리는  "The Art of Oncology(종양학의 예술)" 라는 섹션 (section)도 있다. 재미있는 글이 자주 실리지만 시간이 없어서 (실은 영어가 딸려서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T-T) 잘 안보게 되는데 오늘은 우연찮게 하나를 읽게 되었다. 내용은 이렇다.



미국 코네티컷 주의 노르워크병원에 근무하는 내과의사인 Dr. Richard C. Frank는 췌장암을 진단받고 자신의 외래에 오기로 예약되어 있던 Bruce라는 환자 (남자, 54세)가 황달과 통증으로 응급실로 먼저 실려오게 되면서 그와 첫 대면을 하게 된다. 그는 "의사로서 가장 하기 힘든 일 (The Hardest Job in Medicine)", 즉 나쁜 소식을 전하러 응급실로 달려간다.

췌장암이 간에 전이되었고, 종양수치 (CA19-9)가 700,000까지 상승되어 있으며 (정상은 35 미만) 치료가 매우 어려운 암이라는 것. 평균생존기간은 약 6개월 정도이며, 실은 살아서 퇴원을 하지 못할지도 모르고, 그에게 남아있는 날이 수 개월이 아니라 수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 이 글에는 나쁜 소식을 전할때의 무거운 분위기와 차마 입을 떼기 어려운 상황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종양내과의사들처럼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속사포처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부인인 Joan에게 먼저 차근차근 얘기하고, 환자와 그의 가족,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이 모든 것을 환자가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을 부인에게 납득시킨 후, 그리고 환자에게 자세한 상황을 설명한다. 적어도 한시간 이상은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병의 상태에 대해 알게 된 Bruce는 담담하게 말한다.

"선생님이 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나는 이겨낼거에요."

너무나도 무겁고 절망적이었던 환자와의 첫 대면. 그 이후의 결과는...뜻밖에도 해피엔딩이다!

"나는 그 처음의 대화 이후, 일년 반동안 Bruce를 치료해오고 있다. 그는 매주 항암화학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오지만 (아마 항암제 gemcitabine에 반응이 매우 좋았던 듯!), 일을 할 수 있고, 해외여행도 하며, 건강해보인다. 그가 완치되었는가? 아니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살수 있을까? 나도 모른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것도 모르겠다. 가끔  Joan이 환자와 함께 병원에 올 때, 그녀는 나를 힘차게 껴안고 내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선생님 사랑해요.'

의사로서 가장 하기 힘든 일은, 때로는 가장 좋은 일이기도 하다. (The hardest job in medicine is sometimes the very best.)"


아... 이 보람에 의사하는 것 아니겠나.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