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조은경 교수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집계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 참고자료에 따르면 유방암은 2016년 연간 신규 발생 환자수가 2만명을 넘어서며 2019년 기준 국내 여성 암 1위를 차지하고 있다(2007년 이후 4.3% 증가율).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조은경 교수.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조은경 교수.

다행히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2015년~2019년 발생 암환자 기준)과 10년 상대생존율(2010년~2014년 발생 암환자 기준)은 각각 93.6%, 88.6%로, 다른 주요 암에 비해 높아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암 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병기상 4기로 분류하는 전이성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2015-2019년 진단 환자 기준) 은 42.6%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목표는 암의 진행을 최대한 늦춰 생존 기간을 연장시키고 치료 기간 동안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과거에는 선택할 수 있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 옵션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으나, 최근 표적치료제, 내분비요법 치료제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등장해 유방암의 성격에 따라 치료가 가능하져 생존율이 현저히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매우 개선됐다. 

전이성 유방암은 치료요법에 따라 HR 음성 또는 HER2 음성인 경우, HR 양성인 경우, 그리고 HER2 양성인 경우로 나눌 수 있다. HER-2 유전자 증폭이 있는 유방암에서는 HER-2 유전자를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로 생존율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이 현저히 향상됐다.

특히 HR 양성/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에서는 기존의 내분비요법만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생존율을 보이고 항암치료를 받는 기간까지 짧아, 많은 환자들이 일찍부터 항암치료를 함으로써 항암 부작용을 일찍 경험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표적치료제인 CDK 4&6 억제제가 등장하고, 이를 내분비요법과 병용했을 때 치료 성적은 더 향상되면서 치료 여건이 개선됐다. 특히 CDK 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 병용은 내분비요법 단독보다 더 오랜 기간 관해가 유지되면서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 기간까지 연장됐고, 그만큼 항암제 부작용 경험도 늦췄다. 자연스레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과 의료진의 기대도 높아졌다.

CDK 4&6 억제제 이전에는 종양 특성과 환자 상태를 고려해 내분비요법 또는 항암화학요법을 주로 시행했다. 그러나 내분비요법은 환자에 따라 반응률이 낮고 지속 사용 시 내성이 발생해 질병이 진행되면, 항암화학요법은 정상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쳐 전신에 심한 부작용이 나타나 환자가 일상을 영위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었다. 

CDK 4&6 억제제는 내분비요법과 병용했을 때 HR 양성/HER2 음성 유형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됐다. 임상연구에 따르면 CDK 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 병용은 전체 생존기간(OS)과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연장시키고 항암화학요법 시작 시기를 늦춰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승인 받은 치료가 가능한 CDK 4&6 억제제는 팔보시클립, 리보시클립, 아베마시클립 등이 있다. 이 중 아베마시클립은 별도의 휴약 기간 없이 연속 복용이 가능해  기저 질환으로 다른 치료제를 복용 중인 환자 또는 혼자 사는 고령 환자의 오복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특징이 있다. 

또 진행성 유방암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환자 군에서도 아베마시클립은 일관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연장 효과를 보였다. 간 전이 환자, 높은 종양 등급(tumor grade)이나 짧은 재발 기간을 보이는 환자,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음성 환자, 뼈 이외 장기에 전이된 환자를 실제 만나게 되면 어떤 치료 옵션을 처방할지 신중하면서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아베마시클립은 하위 분석 연구에서 이러한 환자들의 치료에서도 임상적 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 입장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서 CDK 4&6 억제제가 더욱 반가운 이유다. 

CDK 4&6 억제제는 조건에 부합할 경우 전이성 유방암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가 경제적 부담을 덜고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다. NCCN(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에서도 CDK 4&6 억제제와 아로마타제 억제제 또는 풀베스트란트와의 병용요법을 HR 양성/HER2 음성 유형의 전이성 유방암을 위한 치료법 중 'Category1'으로 권고하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처음 암을 진단받았을 당시보다 유방암 전이와 재발을 확인했을 때 더 큰 좌절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치료를 포기하거나 그 과정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좋은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돼 치료 성적이 향상된 만큼 의료진과 상의 치료를 결정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 삶의 질, 안전성 관리나 부작용 위험 등을 고려한 최적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희망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전문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 위 칼럼은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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