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소아청소년과의원 정우영 원장

골연골이형성증(osteochondrodysplasia) 골격 이형성증(skeletal dysplasia)이라고도 불리며, 골과 연골의 생성, 발달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군을 말한다.

현재까지 450개 이상의 질환들이 보고되어 있는데, 영상의학적인 소견과 분자유전학적 변이에 근거하여 분류한다. 침범하는 골격계의 종류에 따라 세분되는데. 예를 들어 spondyloepimetaphyseal dysplasia(SEMDs)는 저신장증과 함께 척추, 골단(epiphyses), 그리고 골간단(metaphyses)을 침범하며, 이들은 다시 19개의 subtype으로 세분된다.

가장 흔한 골연골이형성증인 연골무형성증(achondrodysplasia)25,000~4만명 출생아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한다. 상염색체 우성 유전을 하는데, 부모로부터 유전되기도 하지만, 환자의 80~90%는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연골무형성증은 FGFR3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데,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부위에 따라 연골형성저하증(hypochondroplasia)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FGFR3 유전자 변이가 치명적인 thanatophoric dysplasia type I, II의 임상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연골무형성증 환자의 최종 키는 125~135cm 정도로 보고되어 있다.

이 질환은 치료의 목적으로 성장호르몬 투여가 시도된 대표적인 골연골이형성증으로, 대부분의 연구결과에서 유의미한 최종 신장치의 증가를 얻지는 못했다. 저자도 몇몇의 환자에게 다양한 연령에서 성장호르몬 투여를 실시했는데, 결국 최종 키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골연골이형성증의 일부 질환에서는 임상 증상이 골, 연골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장기들에 함께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이는 원인 유전자가 골, 연골 이외 조직에도 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흔히 동반되는 증상들로는 청력 장애, 신경학적 증상, 시력 장애등이 있다.

골연골이형성증을 가진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늘 생각나는 환자가 있다.

환자는 610개월 때 진행성 무릎 통증과 매우 작은 키를 주소로 성장클리닉으로 협진 의뢰 되었다. 당시 키와 체중이 모두 300분위 수 미만이었다. 출생 시 부당경량아로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치료 받았으며, 선천성 고관절 탈구와 내반족이 동반되어 있었다. 생후 4개월 때 선천성 승모판막 역류증에 대한 수술적 처치도 시행됐다. 환자는 성장하면서 양 무릎과 발목의 통증이 진행되었고, 심한 엑스자형 다리와 습관적인 슬개골 탈구로 인해 수차례 정형외과적인 수술도 받았다. 7세 때는 지속되는 두통까지 병행됐다.

사춘기 진행이 빨라짐에 따라 사춘기 성조숙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는 4주마다 진료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진료실에서는 평소에는 말이 없었지만 매우 영특하였고, 증상 변화에 대한 이야기할 때면 꼼꼼하게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자신의 병이 어떤 병인지 조차 알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선생님, 이렇게 많이 아파서 정말 많은 병원들을 다니고 있는데도 왜 제 병의 원인을 몰라요? 병원을 갈 때마다 이렇게 상세히 모든 의사 선생님들께 설명을 해 드리잖아요?”

수많은 진단적인 방황 끝에 이 환자는 ‘chondrodysplasia with congenital joint dislocation, CHST3 type’으로 확진했다. 이 질환은 ‘CHST3 related skeletal dysplasia’로도 불린다.

원인 유전자 변이를 확인한 그때의 떨림과 이제는 병명을 말해 줄 수 있다는 확실함에 환자가 외래를 방문하는 날이 기다려졌다.

진료실을 찾아온 환자에게 진단명을 말해 준 직후였다. 환자로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 이어졌다.

선생님, 이제 제 병명을 아셨으니, 빨리 제 키를 조금이라도 키워주세요.”

골격계의 이상 성장과 변형으로 적지 않은 통증과 일상적인 행동을 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을 만큼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도, 환자의 마음속에는 작은 키로 인해 받는 상처가 더 커져 있었다.

그동안 나는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워낙 희귀한 질환이라 증례 보고 조차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나는 환자에게 골연골이형성증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가 확실히 증명된 경우가 거의 없음을 세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 질환의 경우 나이가 들어 갈수록 척추측만증이 더 심해져 지금의 키보다 더 작아질 수도 있음을 함께 알려 주었다.

나증에 어른이 되었을 때 후회하면서 살 수는 없어요. 키가 많이 크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큰 문제가 없다면 오늘부터라도 치료를 받게 해 주세요.”

저자는 사랑의 열매와 여러 단체의 후원으로 환자에게 약 3년간 성장호르몬 투여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성장호르몬 치료는 뚜렷한 효과를 나타내지는 못했다.

성장판의 상태를 확인하고 난 후, 성장호르몬 투여를 마무리 하면서 나는 매우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환자와 마주했다.

선생님, 이 카드를 볼 때마다 저를 기억해 주세요. 저는 매일 저녁 주사를 맞을 때마다 선생님을 생각했거든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생각의 깊이가 키의 높이 보다 수천 배나 깊은, 이 환자와의 만남은 일상의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의사의 역할과 진정한 치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우영 원장
정우영 원장

정우영 원장은 부산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소아내분비 전문의로 30여년간 부산백병원에서 저신장증 환자 등을 치료해왔다. 부산백병원 유전자연구위원회 위원장, 희귀난치성질환센터장, 희귀질환 경상권·부산권 거점센터장, 국가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 희귀질환 전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 4월 정년퇴직 후 해운대 대우월드마크센텀아파트 상가에 ‘정우영소아청소년과의원’을 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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