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
신생아 선별검사, 착상 전 유전진단 통한 희귀질환 조기치료 필요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총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71.0%에서 2070년 46.1%로 급감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등 주요국 중에서 최저다. 또한 한국의 2022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최저출산율인 2.1명의 1/3에 육박하는 매우 심각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인구의 데드크로스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초저출산 시대에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 중 적어도 치료제가 개발된 희귀・난치성질환의 환우들에 한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가임기 희귀질환 환우 중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출산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에 처한 환우와 그 가정에 안전한 출산권을 보장하여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료제가 개발된 희귀질환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병을 발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2010년대 중반 61개의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질환(RUSP)에 리소좀 축적병인 폼페병, 뮤코다당증을 포함했고, 대만도 26개 주요 유전질환에 대한 선별검사 체계를 구축해 지난 4년간 67만여 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리소좀 축적병 검사를 시행했다.

우리나라는 1985년 선별검사가 도입된 이래 2018년부터는 생후 28일 이하의 신생아에게 50여 종의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에 대한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했다. 하지만 치료제가 있는 리소좀 축적병에 대한 선별검사는 관련 학회 등이 2018년 11월 급여를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4년째 실행되지 않고 있다. 리소좀 축적병 뿐만 아니라 최근 초고가의 '원샷 치료제'로 주목받은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역시 신생아 선별검사에 포함돼 있지 않다.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SMA를 조기 발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신생아의 경우 정상인 것처럼 보여도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으며, 조기에 이를 발견하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초래하거나 심각한 건강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투입을 초래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치료제가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신생아 선별검사 시행을 확대함으로써 조기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희귀질환 환우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기 진단 및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신생아 선별검사 확대가 절실하다.

또한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탄생시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희귀질환 환우들의 다음 세대를 위한 방안도 하루 빨리 수립되기를 고대한다.

현재 유전질환으로 투병 중인 가임기 희귀질환 환우 가정에서 ‘착상 전 유전진단(PGD : 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을 시행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전액 환우 가정의 자부담으로 이루어진다. 사회적 약자인 희귀질환 환우 가정의 안전한 출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공되는 혜택은 일반 난임부부에게 지원되는 시술비 이외에 전무하다. 

진단도, 치료도 어려운 희귀질환 환우들은 전 생애에 걸쳐 증상 지연, 완화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치료에 막대한 의료비가 발생한다.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1차적인 의료비 지출 부담으로 계층하락, 가족해체 등의 위기를 경험하는 가정도 매우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불확실한 출산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사실 상 환우 가정에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희귀질환 중 유전질환의 대물림을 차단하여 발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유전질환으로 투병 중인 가임기 희귀질환 환우 가정에 대한 착상 전 유전진단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착상 전 유전진단’이란 착상 전 배아 단계에서 유전 질환을 진단해 정상적인 배아만 선택적으로 자궁 내 이식하는 방법으로, 임신 전에 진단이 가능하므로 유전 질환에 걸린 태아의 임신 중절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이 방법을 통해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도 하며 진단 결과에서 유전병이 없거나 정상적인 염색체를 갖는 배아만을 선별해 자궁 내에 이식한다. 국내에서 착상 전 유전진단을 허용하는 유전질환은 근이영양증과 그 외 대통령령이 정하는 152개의 단일 유전질환(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25조 2항)과 염색체 구조, 염색체 수의 이상 등이 있다. 다만 아직 법으로 명확히 허용 혹은 규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맞춤아기(Designed baby)라는 윤리적 논쟁이 있어 아직은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저출산 위기에 처한 국내 현실을 반영하여 유전질환으로 투병 중인 가임기 희귀질환 환우 가정의 안전한 출산권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착상 전 유전진단을 지원할 경우, 희귀질환 환우들의 결혼기피 현상 또는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완화하는 데 미력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전질환의 대물림을 미연에 방지하여 장기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의료비의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디 희귀질환 환우와 가족의 안전한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일에 국가가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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