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부종 치료제로 21년 허가…급성발작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약
FDA, 2세 이상 처방 승인…HAE환우회 "하루빨리 벗어났으면"

국내에서는 허가된 지 2년이 지나도록 출시되지 못하고 있는 다케다제약의 유전성 혈관부종(HAE·Hereditary Angioedema) 치료제 '탁자이로(성분명 라나델루맙)'가 미국에서는 소아로 적응증을 확대하며 급성발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최근 다케다제약의 유전성 혈관부종(HAE) 발작 치료제 탁자이로를 2세 이상 6세 미만 소아 환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생물의약품 허가 신청(BLA)을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탁자이로는 미국에서 2세 이상 환자에게 유전성 혈관부종 예방 치료를 위해 처방이 가능하다. 2~6세 환자에는 단일 용량 사전충전형 주사기에 1회 150mg 용액을 4주마다, 6세에서 12세 환자는 2주마다 투여한다. 12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의 경우, 1회 300mg 용액을 2주마다 투여하며 치료 중 6개월 이상 발작 없이 안정적인 환자는 1회 300 mg씩 4주 간격 투여로 감량할 수 있다.

다케다제약의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제 '탁자이로'
다케다제약의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제 '탁자이로'

유전성혈관부종은 얼굴·목·복부·손·발·엉덩이·성기 등에 '급성부종' 형태로 급성발작 증상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인구 5만~15만명 당 1명 꼴로 발병해 국내 약 1,000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 부위의 몸이 붓고 내장부종으로 복통을 호소하기 때문에 알레르기질환, 신장염, 위장염 등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전성혈관부종은 알레르기질환·신장염·위장염 등과 완벽히 다른 질환이다. SERPING1 유전자·PLG 유전자·ANGPT1 유전자 등의 변이로 체내 C1-에스테라제(C1 esterase) 억제제의 결핍이나 기능부전이 초래됨으로써 혈관 내 체액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신체 여러 곳에 부종이 반복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돼 있는 치료제는 지난 2021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2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에 대해 허가된 한국다케다제약의 '탁자이로'가 유일하다. '피라지르'가 있지만 이는 급성발작이 나타날 때 증상을 빠르게 가라앉혀주는 주사제로 급성발작을 억제하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

하지만 다케다제약의 탁자이로는 허가된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출시가 안돼있다. 탁자이로가 필요한 국내 환자들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사용할 수 있지만, 절차와 비용 등을 고려하면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한국유전성혈관부종환우회 민수진 회장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탁자이로와 같은 약이 현재 6종 처방되고 있지만 국내는 단 한 개의 약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탁자이로가 실제 환우의 손에 닿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이 병은 심한 경우 한 달에 8번 넘게 급성 발작이 생기는데, 한 번에 피라지르를 2개만 처방받을 수 있어 한 달에 4번 넘게 병원에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민 회장은 자신도 혈관부종을 앓고있다. 병명도 모른 채 극심한 통증과 숨이 막히는 죽음의 공포에 30년간 시달렸다. 아들이 같은 증세를 보이면서 유전성 질환을 의심하게 됐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그제서야 유전성혈관부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민 회장은 "아직 미국·호주 등에 비해 부족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충분히 더 좋은 치료환경이 국내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예방약이 상용화돼 유전성혈관부종 환우가 이 고통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편해졌으면 좋겠고, 궁극적으로 유전자치료를 통해 이 질환을 비롯한 모든 유전성희귀질환이 거짓말처럼 사라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다케다제약 관계자는 본지 자매지인 청년의사와의 통화에서 탁자이로의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 "유전성 혈관부종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내 환자들이 급성 발작의 예방을 위해 탁자이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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