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에게 듣는 ‘불면증’ 원인과 치료법

잠을 푹 자는 숙면은 건강한 삶을 위한 첫걸음이다. ‘숙면이 보약 한 채라는 말도 있다. 한편 국내 인구 3명 가운데 1명은 일생에 한 번 정도 불면증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불면증에 따른 수면 부족은 질병이 아니라고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에게 건강한 수면의 중요성부터 불면증 치료에 도움을 주는 생활습관까지 자세하게 들었다.

Q1. 수면부족, 왜 주의해야 하는가?

수면은 우울과 불안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어려움과 밀접하다. 깊은 수면은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렘수면은 일과 중 쌓인 감정을 처리하는 기능이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실제 불면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호소한다. 우울증 환자의 3명중 2명은 불면증을 호소한다. 수면 부족으로 우울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수면부족은 심혈관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수면 중에는 깨어 있을 때보다 혈압은 10%정도 떨어진다. 이에 비해 잠을 잘 자지 못하면 교감신경계가 계속 항진돼 심혈관계 위험이 증가한다. 2017년 서울대병원 연구 결과를 보면, 심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정상인 대비 17배 높았고, 불면증 환자는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면부족은 암 발생과도 연관된다. 이는 수면이 면역체계와 대사호르몬세포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면부족은 신체 염증반응을 높여 암 발생위험을 증가시킨다.

Q2. 수면부족 원인이 되는 흔한 수면장애는?

만성 불면증이 대표적이다.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나쁜 습관들이 있다. 아침까지 안 자고 누워있거나, 낮에 잠을 자려 하거나, 침대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것들이다. 특히 침대에서 깨어있는 채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침대-수면 짝이 아니라 침대-불면(각성)의 짝이 이어진, 전문용어로 조건화 상태가 된다. 이 상태를 학습하면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웠을 때 잠이 안 오는 현상을 경험한다.

수면무호흡증과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 행동장애도 대표 수면장애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코골이가 심해지고, 수면 중 호흡이 빈번하게 정지해 깨어나서도 두통이나 피로가 생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 불편감을 참을 수 없어 자는 동안 다리를 떨거나 움직여 숙면을 방해한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렘수면 단계에서 꿈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심한 잠꼬대를 하는 질환이다.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이 있으면 치매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식품약물도 주의해야 한다. 술이 잠자는 데 도움을 준다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술은 교감신경계를 항진시켜 전체적인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니코틴도 용량이 높아지면 각성작용을 유발하는 만큼 과한 흡연도 삼가야 한다. 스테로이드제와 다이어트 약 성분도 수면을 방해한다. 숙면을 위해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꼭 필요하면 약물 복용과 불면증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Q3. 수면제로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면습관 개선과 함께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3가지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 열이 날 때 무조건 해열제로 해결하려면 안 되는 것처럼, 원인 분석평가치료 없이 특정 약물을 계속 복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인이나 의심되는 공존 질환을 찾고, 수면습관이 문제라면 습관을 교정하면서 수면제는 가급적 짧게, 필요한 기간, 최소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일부 수면제는 내성과 금단증상으로 중독 위험이 있다. 흔히 사용되는 졸피뎀계통 수면제는 장기 복용하면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못 잘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복용하려면 전문의 상의와 모니터링이 있어야 한다.

Q4. 올바른 수면제 복용 방법은?

수면제는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다.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이 했던 행동이나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향성 기억상실이 대표적이다. 부작용에 주의하면서 복용해야 한다. 술과 수면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은 이러한 인지장애 위험을 높이고, 수면무호흡증 위험을 배로 증가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잠이 오지 않아 새벽녘에 수면제를 복용하고, 인지기능이 완전히 돌아오기 전 이른 아침에 운전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절대 삼가야 한다.

Q5. 불면증 비약물적 치료법은?

먼저 올바른 수면 습관을 갖춰야 한다. 아침 일찍 규칙적으로 일어나기 가급적 낮잠 자지 않기 침상에 누워 있는 시간 줄이기 카페인담배 등 수면에 영향을 주는 물질 사용 줄이기 야간에 흥분하는 활동하지 않기 일광욕하기 등의 습관을 잘 유지해야 한다. 특히 일광욕을 통해 햇빛이 눈으로 들어와 뇌까지 전달되면 낮에 깨어 있고, 밤에 잘 잠들도록 하는 일주기 리듬을 형성하는 데 좋다.

인지행동치료기법도 있다. 이 가운데 자극조절요법은 잠자리와 취침시간 등 수면을 조절하는 자극 조건과 수면의 관계를 조정하는 방법이다. ‘졸릴 때만 침실에 들어간다’ ‘침실에서는 일하지 않는다등 행동을 중재한다. 침대에서는 자는 시간만 보내고 각성하면 침대에서 나오도록 한다. 침대-수면의 조건화를 만드는 작업이다.

누워있는 시간을 제한해 누워있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같게 만드는 수면 제한법, 복식호흡요가반신욕 등 신체와 정신을 이완시키는 이완 요법들도 인지행동치료에 해당한다. ‘8시간을 자지 않으면 다음날 문제가 생길 거야처럼 수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 또한 인지행동치료의 일환이다.

Q6. 숙면을 위해 권장하는 습관이 있다면?

잠들기 전에는 이완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이완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은 없다. 수면시간 전 명상과 복식호흡 등을 통해 교감신경 항진을 줄이고, 부교감신경 항진을 높이면 수월하게 잠들 수 있다.

기상 시간을 고정하는 것도 좋다. 수면의학 관점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야 그날 밤 일찍 잘 수 있는 힘이 채워진다. 그러므로 약간 더 누워있고 싶은 느낌이 있을 때, 부족한 듯 잔 것 같을 때 침대에서 내려와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