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이풍렬 교수, ‘정중궁인대증후군’→‘호두까기복통’ 병명 제안

정중궁인대증후군’(MALS, Median arcuate ligament syndrome)은 복부 상부에 있는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을 아치 모양으로 가로지르면서 복강신경절을 누르면서 극심한 복통이 생기는 질환이다.

정중궁인대에는 복강 내 주요 장기가 몰려 있어 다른 질환과 헷갈리기 쉽다. 병 자체가 흔한 것도 아니어서 놓치는 경우도 많다. 원인을 모르는 심한 복통이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생긴다. 환자들은 통증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증상에 따라 치료해도 호전되지 않아 환자는 답답한 마음에 심리치료를 받기도 한다.

이와 관련, 반복적으로 극심한 복통을 일으키는데도 진단이 어려운 정중궁인대증후군을 발병 기전에 따라 보다 직관적인 호두까기복통으로 병명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풍렬김지은 교수와 건강의학본부 강미라 교수 연구팀은 정중궁인대증후군 새 명칭과 함께 감별진단 기준을 제안한 연구 논문을 27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정중궁인대증후군을 호두까기복통’(nutcracker ganglion abdominal pain syndrome)으로 부르자고 했다. ‘호두까기복통은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을 감싼 모양이 호두를 누르는 호두까기와 비슷해서다. 병의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한 것은 병의 인지도부터 개선해야 진단이 더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원인불명 복통으로 병원 이곳저곳을 헤매는 환자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질환 발병 특징을 병명에 담아 환자나 의료진이 병을 인지하기 쉽고, 기억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연구팀은 또 호두까기복통을 확진할 표준진단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새 감별진단법도 논문에 제시하였다. 호흡에 따라 횡격막이 움직이는 만큼 횡격막 움직임에 의해 호도까기복통이 발생한다. 호흡과 자세 변화에 따른 통증 강도가 변하고, 식사배변과 상관없는 통증이라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임상적 특징과 영상 검사에서 나타난 생리적 특징을 종합해 2016~2018년 원인불명 복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에게 새 진단기준을 적용했고, 의심 정도에 따라 그룹을 분류했다.

이들 가운데 호두까기복통이 매우 의심되는 환자에게 혈관조영 CT검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호두까기복통으로 최종 진단해 감별진단법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전향적 연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원인불명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호두까기복통에 해당하는지 감별진단법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 이풍렬김지은강미라 교수 연구팀은 원인 질환이 뚜렷하지 않은 복통이 지속되고, 식이배변과 관계없이 통증이 발생하면 호두까기복통을 의심해봐야 한다환자들도 알아야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의사가 알아야 한다. 드문 질환이긴 하지만 복통 원인이 확실치 않다면 논문에서 제시한 감별진단 기준을 참고해 호두까기복통인지 확인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국제학술지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IF=4.725)>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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