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오병호 교수 연구팀…보존 가능한 수술 가이드라인 마련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 악성화로 생긴 종양이다. 피부에 생기는 암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다. 국내 흑색종 발생빈도는 연간 600명 정도로 서양에 비해 낮다. 하지만, 재발하거나 내부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예후 예측이 어렵다. 

특히 동양인에서 흑색종은 손‧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별 증상 없이 점(모반)으로 간과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과거 손‧발톱에 생긴 흑색종은 나쁜 예후를 고려해 발생 부위 뼈마디 전체를 절단하는 수술을 했다. 

이에 비해 최근 두께가 깊지 않은 손‧발톱 흑색종은 절단술이 아닌 해당 병변 피부 부위만을 절제해 손‧발가락 기능을 보존한다. 한편 어느 정도 두께가 재발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기능적 보존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 기준은 없었다. 

이와 관련, 손‧발톱 흑색종에서 발생 부위를 절단하지 않고 기능적으로 보존 가능한 수술 가이드라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마련됐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오병호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피부과 이솔암 교수 공동 연구팀은 손‧발톱 흑색종 두께가 ‘0.8㎜’를 넘지 않으면 발생 부위를 절단하지 않고 보존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발생 부위 기능을 남기면서 재발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절단술이나 보존적 수술 치료를 받은 손‧발톱 흑색종 환자 140명을 대상으로 치료 후 흑색종이 재발하거나 사망한 경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절단술을 받은 33명 가운데 10명(30.3%), 보존적 수술을 받은 환자 107명 가운데 23명(21.5%)이 재발하거나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콕스 비례위험분석’(Cox proportional hazards analyses)을 통해 흑색종 재발인자를 도출했다. 흑색종의 두께와 궤양과 결절의 유무 등이 재발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인자로 밝혀졌다. 흑색종 두께가 1㎜ 이상이면 1㎜ 이내인 경우와 비교해 전이위험도가 6.5배 높았다. 궤양과 결절이 있으면 없는 경우보다 각 5.49배, 4.05배 높았다.

연구팀은 손발톱 흑색종 재발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두께를 찾기 위해 재발 예측 민감도와 특이도를 계산하는 ‘수신자판단특성곡선’(ROC curve)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기존 수술 기준으로 고려됐던 0.5㎜ 이상 두께 가운데 0.8㎜ 기준에서 재발과 전이의 민감도와 특이도의 합(Youden index)이 각각 0.287과 0.39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민감도와 특이도는 정확성을 판단하는 지표다. 민감도는 재발하는 환자를 탐지하는 능력을, 특이도는 재발하지 않는 환자를 탐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또 분석모형에 의해 재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때 실제 재발하지 않을 확률인 ‘음성예측도’(Negative predictive value)에서도 재발과 전이에서 각각 88%, 82%로 높은 결과 값을 보였다. 기존 보존적 수술의 기준으로 고려됐던 두께 0.5㎜ 미만인 경우보다 0.8㎜로 기준을 완화하면 재발을 더 높이지 않으면서도 절단술을 19%까지 줄일 수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오병호 교수는 “흑색종 치료에서 무분별한 절단이 아닌 수술 가이드라인을 통한 최선의 치료로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모스콥 검사를 통해 흑색종이 두꺼워지기 전에 진단하고 병변 초기에 수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미국피부과학회지(JAAD, IF 15.487)>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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