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감염자 90% 잠복결핵…면역력 떨어지면 발병, 선제적 대응해야

결핵은 에이즈말라리아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3대 집중 관리 질환 가운데 하나다. WHO는 매년 324일을 세계 결핵의 날로 지정해 결핵의 발병 원인과 관리의 중요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최근 WHO가 발표한 세계 결핵 보고서 2022’에 따르면, 세계 결핵 환자 수는 2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결핵 사망자는 2020150만 명에서 2021년에는 160만 명으로 1년 만에 10만 명이 늘었다.

결핵은 후진국형 감염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3년 코로나19에 의료 인력이 집중되면서 보건 체계에 결함이 생겼고, 그 여파로 전 세계 결핵 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결핵 유병률은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1, 사망률 3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국내 결핵 유병률이 상위권인 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복결핵의 영향이 크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실제로는 발병하지 않아 증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스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어 오히려 심각하다. 잠복결핵은 타인에게 결핵을 옮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발병해 주위에 전염시킬 수 있는 만큼 조기 진단검사를 통한 선제적 예방이 필요하다.

결핵 감염자 중 90% ‘잠복결핵면역력 떨어지면 언제든 발병

결핵은 공기를 매개로 결핵균이 전파돼 생기는 만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감염 입자가 공기 중에 존재하다 다른 사람의 호흡과 함께 폐에 들어가 감염된다. 한편, 감염된다고 결핵에 모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대개 접촉자의 30%가 감염된다. 감염된 사람의 10% 정도는 결핵 환자가 되고, 나머지 90%는 잠복결핵 감염자로 특별한 증상 없이 살아간다.

잠복결핵의 문제는 평소 별다른 이상이 없다가 환절기 등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결핵이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잠복결핵 환자 가운데 10%는 결핵환자가 된다. 이 가운데 50%1~2년 내 발병하고, 나머지 50%는 일상생활 중 면역력이 감소할 때에 주로 발병한다.

2021년 국내 결핵환자 통계 자료를 보면, 전체 결핵환자 가운데 70~80대가 42.7%(9,777)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이는 고령일수록 면역력 저하로 결핵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어도 결핵 발병률이 높아진다. 평소 면역력이 자주 떨어지거나 주변에 결핵환자가 있었다면, 정확한 검사로 잠복결핵을 발견해 조기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 GC녹십자의료재단 제공
사진 GC녹십자의료재단 제공

잠복결핵 진단 위해 IGRA 검사법 권고

잠복결핵은 일반적인 결핵검사인 흉부방사선(X-) 검사와 객담(가래) 검사로 확인이 어렵다. 체내에 존재하는 결핵균 항원에 대한 면역학적 반응을 이용하는 별도 검사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IGRA, Interferon-Gamma Releasing Assay)가 주로 사용된다.

투베르쿨린 피부반응 검사는 오래전부터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검사다. 절차가 번거롭고 국내에서는 BCG 접종이나 비결핵성 항상균 감염으로 인해 실제 음성이나 위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 체내 검사로 이상 반응 위험성이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비해 IGRA 검사는 한번 채혈로 잠복결핵을 진단할 수 있다. 간편한 혈액검사로 편의성이 높고, 체외검사인 만큼 약물 주입으로 인한 이상 반응 위험성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결핵균에 감작된 T세포만을 자극하는 특이항원을 사용한다. 효소면역법(ELISA)으로 인터페론감마’(Interferon-Gamma)의 농도를 측정해 결핵의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결핵 예방을 위해 유아기에 필수로 맞는 BCG 백신의 영향을 받지 않아 결과의 정확도가 높다.

미국유럽에서는 한번의 채혈로 잠복결핵까지 걸러내는 IGRA 검사를 결핵 검사로 우선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GRA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확대하고 있다.

GC녹십자의료재단 이규택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우리 재단은 WHO와 주요 국제기구에서 채택한 IGRA 방식의 퀀티페론-TB 골드 플러스검사를 전국 1천여 의료기관에 제공하고 있다코로나19로 인한 의료체계 불균형으로 결핵 위험성이 커진 만큼 결핵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이 검사를 통해 결핵 감염 여부를 진단해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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