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경이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이 태아 때부터 뇌에 축적돼 불안과 우울, 사회성 결여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 동안의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의 흡수에 관여하는 기관인 장이나 폐를 대상으로 한 국한됐다.

왼쪽부터 부산대 분자생물학과 정의만 교수, 신현승 연구원 /부산대
왼쪽부터 부산대 분자생물학과 정의만 교수, 신현승 연구원 /부산대

이에 부산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정의만 교수팀은 미세플라스틱을 신경발달장애 유발의 환경적 원인으로 분석하고자, 미세플라스틱의 노출이 신경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미세플라스틱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제품의 물리·화학적 분해를 통해 생성되는데 미세플라스틱은 직경이 5㎜ 이하의 플라스틱을 말하며, 직경이 1㎛(마이크로미터, 0.001㎜) 이하인 나노플라스틱도 포함한다.

연구팀은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미세플라스틱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음을 감안해,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연구를 수행했다.

신경발달이 활발히 일어나는 태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지속적으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환경에서 결과치를 분석하고자, 임신 마우스에 미세플라스틱을 노출시키고 미세플라스틱의 노출이 자손 마우스의 신경발달과 자란 후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태아의 뇌에 축적될 뿐만 아니라 자손 마우스의 젖먹이 시기에 모체의 유선(乳腺)을 통해 지속적으로 뇌에 축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신경발달에 미치는 영향 마우스 실험 모식도 /논문발췌
미세플라스틱이 신경발달에 미치는 영향 마우스 실험 모식도 /논문발췌

또한 태아 마우스의 뇌에서는 신경발달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했고, 태아 및 성인 자손 마우스에서 뇌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Gamma-aminobutyric acid) 수용체 subunit 중 하나인 Gabra2*의 유전자 발현이 유의성 있게 감소했음을 관찰했다.

이렇게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임신 마우스의 자손은 불안 및 우울 장애, 사회성 결여와 같은 비정상적 행동이 유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신경발달 시기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뇌에 축적돼 비정상적 행동을 일으킬 수 있음을 규명한 것이다.

이는 사회적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신경과학과 환경과학의 융합연구 성과로, 일상생활에서 편리함을 주는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이 뇌 건강에 위험을 주고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미세플라스틱 노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만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은 음용수와 음식, 공기 중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은 항상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돼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미세플라스틱의 부작용이 신경발달 단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노출 및 부작용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야 하고, 나아가 플라스틱 사용에 관한 정부의 정책 강화 및 미세플라스틱 생산의 최소화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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