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을 진단한다/240쪽/예미/17,000원

병원에 가서 병을 진단받을 때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다. 혈액 등 검체를 채취해 검사기관에 보내는 것이다. 그 검사결과를 받은 후에 환자는 의사로부터 정확한 병명을 듣고, 다음 받아야 할 치료가 정해진다.

이러한 진단검사는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져 일반인의 관심이 높지 않다. 하지만, 사실 우리 삶에 매우 가까이 있는 의과학분야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PCR 검사나 신속항원검사 등 검체검사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도도 많이 높아졌다. 심지어 대다수 국민이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스스로 검체검사를 실행한 경험까지 가지고 있다.

이 책 <우리는 행복을 진단한다>의 시작은 진단검사의학에 대한 관심이 아직 높지 않았던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사의 경험이 치료방법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시절, 정확한 근거에 의해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근거중심의학’(EBM, Evidence Based Medicine)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됐다.

그 초창기에 서울의과학연구소 SCL’이 선두에 서 있었다. 이 책 <우리는 행복을 진단한다>40년간 우리나라 진단검사 분야를 발전시켜 온 SCL의 숨은 노력과 성취에 대한 이야기다.

SCL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에 이르렀을 무렵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던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SCL과 같은 검체검사기관이었다. 당시 SCL은 하루 500건이었던 검사 수가 3,000~4,000건으로 폭증했다.

직원들은 회사 앞에 숙소를 잡아 놓고 끝도 없이 밀려들어 오는 코로나 검체와 싸웠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앞으로도 계속 예상되는 만큼 SCL을 비롯한 의료기업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SCL이 걸어온 길을 이 책을 통해 돌아보면, 우리나라에 있던 여러 굵직한 사건들과 마주치게 된다. SCL은 진단검사 분야의 살아 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미토콘드리아 핵산 분석도 그중 하나다.

사회 이목이 집중돼 있었던 만큼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검체검사기관은 어떤 압박 속에서도 과학적인 사실로만 말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고 한다. 당시 SCL이 검사를 의뢰받아 피해자들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를 증명했던 일은 진단검사에 종사하는 의료인과 기업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도 어딘가 검사실에서 묵묵히 검체와의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책에 등장하는 SCL 직원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직업적 소명의식과 애환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오로지 과학적인 결과로만 답하고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 또 검체 뒤 사람을 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의학 분야에서 꼭 필요한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경영서적인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생생한 현장감과 감동까지 전달받게 되는 이유이다.

글로벌 의료기업을 향한 SCL의 도전

이 책은 진단검사 분야의 초기 시절부터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지금까지 의료기업 SCL이 걸어온 길을 한눈에 조망한다. 영업사원들이 검체를 직접 들고 뛰어다니고 고속버스에 검체박스를 실려 보내던 40년 전부터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진 지금까지 눈부신 발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구현하기까지 SCL의 도전과 성취의 과정, 그리고 의료기업 경영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모두 담겨 있다. 자신만의 전문분야와 확실한 강점을 지닌 SCL의 성공 사례는 의료산업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참고가 된다. 또 함께 소개되는 세계 여러 기업의 사례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보다 폭넓은 통찰을 제공해 줄 것이다.

SCL은 진단검사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길을 걸어왔음은 물론 활발한 해외진출 활동을 보여 주고 있다. 몽골·중국에 이어 인도네시아 진출을 통해 K-메디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우리의 진단검사 의료 수준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키기도 했다.

SCL 기업 스토리를 통해 우리 의료산업의 어제와 오늘·미래를 그려 볼 수 있다. 의료기관이 갖춰야 할 사람 중심의 가치와 한 기업으로서 추구해야 할 성장의 가치를 어떻게 함께 실현시키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저자 이경률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SCL헬스케어 회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의과대학 시절 환자 치료 시 반드시 객관·과학적 근거와 의사의 경험이 통합돼야 한다는 근거중심의학(EBM)에 비전을 걸었다연세대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벤처기업을 운영했다SCL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기업가의 길을 걸었다.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 SCL을 세계 수준의 검체분석과 연구 역량을 갖춘 검사 전문기관으로 키워 냈다. 2010년에는 ()SCL헬스케어를 설립했다. 명확한 데이터 기반의 개인맞춤형 정밀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등을 제공하는 종합 헬스케어 그룹으로 또 다른 도약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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