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접수실 안젤라 수녀가 나를 불렀다. 초콜릿 두 상자를 내밀었다. 이번에 미국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하고 돌아 온 합주부 학생들이 알로이시오 기념병원 식구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으로 보내왔단다. 부산 소년의 집 관현악단(BSO,·Boystown Symphony Orchestra)이 지난 2월 11일에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섰다. 재학생 40명과 졸업생 60명등 100여명이 연주를 했고, 지휘는 정명훈 씨 셋째 아들 정민 씨가 지휘를 맡아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는 보도를 접했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이명주 씨와 테너 김재형 씨가 협연을 했고,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주요 아리아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마단조 작품64를 들려 주었다.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2000여 관객이 가득 찬 카네기홀에서 ‘세상을 바꾸는 까까머리 소년들의 자선 음악회’를 멋지게 열었으니 말이다.





BSO는 1979년 3월에 마리아수녀회 만든 고(故) 알로이시오 슈왈츠 몬시뇰이 창단했다. 그동안 구호병원에서 일하면서 늘 기다려지는 것은 BSO가 여는 자선음악회였다. 언제나 그렇듯 첫 곡은 가톨릭성가 151번 ‘주여 임하소서’이다. 잔잔한 선율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코끝이 찌릿한 감동을 받는다. 30년 넘게 수녀들의 사랑으로 합주단을 꾸려왔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개인 한 명씩을 보면 줄리아드음대에 갈 인재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는 소리는 어떤 오케스트라 연주보다 아름답다. 이들은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 호흡이 잘 맞고 이들의 혼(spirit)은 특별했다."고 정명훈씨는 말했다. 기적이라고!









알로이시오 중, 고등학교 졸업식에 갔을 때 카네기홀 연주 때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미국에 가서 직접 연주를 들을 수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나는 미국비자를 받질 못한다. 옛 사건 (부산 미문화원 방화)으로 테러리스트에 올라 있다나? 그렇지만 사진을 보니 절로 마음이 즐거워진다.

아침 출근길에 고등학교 정문에 걸린 현수막도 생각이 났다. ‘감동의 카네기홀 연주 BSO 대환영’이라 적힌 걸 보면서 미소가 피었다. 병원 식구들이 미국행에 조금 보태고, 기도로 격려하고, 합주부 친구들은 미국에서 우리를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초콜릿 선물을 하고. 이런 게 나눔의 기쁨이 두 배 아니겠는가! 벌써 올해 자선연주회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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