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부인과와 제중원과 같은 의학드라마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종합병원이나 현재 방영중인 제중원 같은 경우도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일본의 의학드라마의 경우 그 원작이 만화인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의료 만화를 몇 편 소개해 본다.
 

의룡(醫龍) - 하얀거탑을 뛰어넘는 의료 정치 만화

천재 심장외과의를 둘러싼 병원 내 정치 싸움과 비정상적인 의국을 통해 일본 의료의 병폐를 그린 만화



[의룡] 이미 그 작품성과 재미를 인정받아 일본에서는 드라마로도 시즌 2까지 만들어졌다. 메이신 대학 부속병원의 정교수가 되기 위해 여자 조교수인 카토는 최고의 NGO 의료팀 의룡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의사 아사다 류타로를 ‘의료팀 인선은 자신이 한다’는 조건 아래 포섭한다. 천재 외과의사의 부패한 의료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하는 내용 자체도 재미있거니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정치적 긴장감이 상당하여 하얀거탑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상당히 수준이 높고 진지하여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보기 좋은 만화다.


Dr. 코토 진료소 마음 따뜻한 의사의 섬 마을 치유기

재미도 : 4.5  현실성 : 4  그림체 : 5


추천합니다!

천재 심장외과의와 바티스타 수술 (좌심실 부분 절제술).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수술 잘하는 의사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의사들간의 병원 내 치열한 정치 싸움과 의료계의 감춰진 이면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박진감 넘치게 표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턴 이주잉이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또한 감동적이다.
 

이런점은 좀!

지나치게 천재적인 의사가 나오는 것이 단점이랄까.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행동하는 주인공 아사다의 모습은 현실을 그려내려 한 만화에 위화감을 줄 때도 있다. 또 우리나라에 비해 권력이 더 몰려있는 일본의 의료 구조를 모른다면 과장 자리에 모든 걸 걸고 승부하는 모습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Dr. 코토 진료소 마음 따뜻한 의사의 섬 마을 치유기

환자에 대한 애정을 지닌 코시키 섬의 유일한 의사 코토와 섬마을 사람들과의 끈끈한 정이 묻어나는 에피소드 형식의 의학 만화



유명 대학병원에서 촉망받는 의사였던 의사 코토 켄스케는 자신의 아픔을 숨기고 카시코섬의 보건소로 가게된다. 그러나 이미 이 곳 섬사람들은 모두 잠시 머물다 떠나간 의사들 때문에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심하고. 섬사람들과 코토가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서로 서로를 보듬으면서 신체 뿐 아니라 정신까지 치유해주는 내용. 의료보다는 휴머니즘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조용하고 따뜻한 만화다. 역시 드라마로 만들어졌었다.


헬로우 블랙잭 인턴이 바라본 의료 현실의 모순

재미도 : 3.5  현실성 : 3.5  그림체 : 3.5
 


추천합니다! 

 코시키 섬에서 가장 바라는 의사는 수술 잘하는 의사도 아니고 최신 의학 지식을 가진 의사도 아니다. 섬마을에서 가장 필요한 의사는 마음 따뜻한, 환자들의 아픔에 공감해 주는 의사이다. 자칫 인간미를 잃어 버릴 수 있는 현대의학에게 진정한 의사의 휴머니즘이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런점은 좀!

 이야기는 섬의 유일한 의사와 그 의사를 믿지 못하는 섬 주민간의 소소한 일상을 훈훈하게 다루고 있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회복이라는 중요한 내용은 잘 다루어져 있지만 소소한 이야기들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만화의 내용을 이루고 있어 지루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만화의 단점이다. 다이나믹한 의료현장의 모습을 담은 의학 만화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을 것이다.
 
 
헬로우 블랙잭 인턴이 바라본 의료 현실의 모순

인턴의사의 병원 적응을 다룬 이야기로 환자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 환자를 대하는 의사와 체계적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병원과의 갈등을 다룬 휴머니즘적인 이상이 강조된 만화. 제목은 데즈카 오사무의 의학만화 ‘블랙잭’에 대한 오마주로 지었다고..





슈퍼닥터 K(케이) 악을 응징하는 몸짱 의사의 액션활극

재미도 : 4.0    현실성 : 5  그림체 : 4.5
 

추천합니다!

 병원에서 갓 일을 시작한 인턴의사의 사이토의 시선을 통해 누가 봐도 부조리한 의료 현실에 이미 순응한 듯 보이는 필드의 의사들도 알고 보면 고뇌하고 또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흡입력 있게 그려내어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아냈다. 천재적 의사가 나오지 않는 것도 장점. 의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인 학생이나 인턴시절의 초심을 돌아보고 싶은 의사선생님들께 과감히 추천할 수 있겠다.


이런점은 좀!

현실 세계에서 힘없는 인턴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재미있게 만화를 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안타까움으로 가득 차기에 마음 편히 보기엔 좀 힘들 수도 있겠다. 지나친 현실성이 오히려 만화의 발목을 잡는 느낌!
 


슈퍼닥터 K(케이) 악을 응징하는 몸짱 의사의 액션활극
 
근육질의 몸짱 의사 카즈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못하는 수술이 없는 그야말로 슈퍼 닥터 이야기. 2부도 있다.



엄청난 수술 실력, 어떤 때도 지치지 않고 의술을 행할 수 있는 강인한 신체, 천재적인 머리, 그리고 악에 굴하지 않을 수 있는 싸움 능력까지. 일본 최고의 의대라는 '제도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 천재의 이름은 슈퍼닥터 K.  그러나 그는 그림자처럼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집안 대대로 내려온 ‘비밀의 의학’으로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한다. 현실성 자체는 떨어지는 편. 그러나 착한 사람들은 신기의 기술로 치료해주고 사악한 목적으로 의술을 행하려는 자들을 벌하는 권선징악의 구조 덕에 읽기 편하다.


갓핸드 테루 가슴에 새겨진 손자국으로 환자를 구하라

재미도 : 4.0  현실성 : 1.5  그림체 : 3.5


추천합니다!

 Assistant도, co-op도 필요없다! 몸짱 싸움짱 외과의가 벌이는 원맨쑈 수술들은 의학이라기보다는 진기명기에 가깝다. 그러나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의 산소만큼이나 희박한 리얼리티에도 이 만화가 꾸준히 사랑받는 것은 코흘리개 시절 문방구 앞에서 해적판을 들춰보며 의학도의 꿈을 키우던 수많은 청년의사들의 추억이 어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점은 좀!

닥터 K는 첫화부터 손에서 나오는 전류로 끊어진 신경을 맞추는 비전 기술을 발휘한다.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 어처구니가 없어진다는 게 단점. 실제 의학과는 거리가 있기에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읽다가 책을 던져버릴지도. 또 모든 인물이 흑 아니면 백으로 확실히 나뉜 구조 또한 책을 쑥쑥 넘길 수 있는 장점은 있을지 모르나 너무나 가볍다.
 
 

갓핸드 테루 가슴에 새겨진 손자국으로 환자를 구하라

어릴 적 비행기 사고에서 홀로 살아난 아이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의사가 되어 환자를 구하는 이야기



어린 테루와 천재적인 외과의사였던 테루의 아버지는 비행기사고를 당한다. 당시 테루의 아버지는 죽어가면서도 테루를 살리기 위해 강렬한 CPR을 해주고, 테루의 가슴에는 아버지의 손자국이 남는다. 성년이 된 후 테루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야스다 기념병원에 취직한다. 평소에는 덜렁대기 일쑤인 테루는 그러나 위급한 환자만 만나면 가슴에 손자국이 빛나며 환자들을 모두 구한다.

1)천재인 주인공, 2) 특수한 능력, 3) 정의와 곧은 마음이 통하는 단순한 세상, 4) 권선징악, 5) 간간히 나오는 경쟁자, 6) 적절한 연애 스토리 등의 완벽한 소년지 형식을 따르는 만화라 읽기 편하다. 그러나 그만큼 유치한 것도 사실.


닥터 노구찌 한 평생 의학에 투신한 노구찌 위인전

재미도 : 3.0  현실성 : 2.0  그림체 : 2.5
 

추천합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지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만화를 봤는데 의룡이나 헬로우 블랙잭의 진지함이 방해되었다면 갓 핸드 테루를 보시라. 착하고 멋진 테루와 그의 동료들의 좌충우돌 의사 이야기.

 
이런점은 좀!

유치하다. 덕분에 쉽게 쑥쑥 넘길 수는 있으나 의학에 대한 본질적 고민은커녕 정의롭고 능력 좋은 의사의 모습을 가볍게 그려내서 쉽게 질려버릴 수도 있다. 진지함을 꿈꾼다면 읽기 전에 고려할 것! 또 한국 의학 드라마들처럼 의료보다 간호사와의 사랑 스토리에가 자주 나오는 것도 전형적 소년지 만화물 같은 느낌이 든다. 어린 독자들을 노린 듯한 만화.
 

 
닥터 노구찌 한 평생 의학에 투신한 노구찌 위인전
 
실존 인물인 세균학자 노구찌 히데요 박사의 감동적인 삶을 그린 이야기





最上의 名醫(최상의 명의) 침체된 소아외과의 부활을 꿈꾼다

재미도 : 4.0 현실성 : 4.0  그림체 : 3.0

 
추천합니다!

재미있는 위인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각종 편견과 난관을 끝없는 노력으로 이겨내고 세계적인 의사로 성장하는 노구찌의 모습과 그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그의 어머니 모습이 자못 감동적이다. 이 만화를 보고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 정도. 재미도 있다.
 

이런점은 좀!

책을 읽다가 엄청난 부담을 느낄지도 모른다. 작가가 지나치게 노구찌 박사를 찬양하기 때문. 실제로도 상당부분 미화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작품의 스토리와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전형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最上의 名醫(최상의 명의) 침체된 소아외과의 부활을 꿈꾼다
 
어릴 적 심장 수술로 살아난 미코토가 천재 소아 심장 외과 의사가 되어 굳어 있는 일본 의료계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심장수술을 받아 목숨을 건진 뒤 최고의 소아외과의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사이죠 마코토. 그는 꿈을 위한 노력과 그가 가진 3차원 파악 능력과 함께 어우러져 미국의 대학에서 최고의 소아심장외과가 된다. 그러나 그는 지원률이 떨어져 쇠퇴해가는 소아심장외과를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품고 일본으로 돌아오는데. 특화된 분야로 주제가 한정되어 내용이 자세하고 ‘따끈따끈 베이커리’의 집필진이 서술하여 가벼운 유머도 있어 읽기 편하다. 


타임슬립 닥터 JIN 현실의 의사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재미도 : 3.0  현실성 : 3.0  그림체 : 3.0


추천합니다!
 
다른 만화와는 달리 ‘소아 심장 외과’로 특화되어 있는 내용이 특이하다. 주제를 한정한 덕분에 의료 감수도 도쿄대 소아심장외과 교수가 맡고 있어서 최신의 수술 기법도 소개된다. <따끈따끈 베이커리>를 쓴 작가들이 써서 가벼운 유머도 섞여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이런점은 좀!

갓 핸드 테루의 단점과 비슷. 또 ‘천재 의사’, ‘소아 심장에 특화’ 등 여러 흥미로운 소재를 끌고 왔으나 그렇게 이야기가 흡입력 있지 않다. 의료 만화를 그리겠다고 마음 먹은 아마추어가 자료를 조사해서 그린 만화라는 느낌, 깊이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타임슬립 닥터 JIN 현실의 의사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현대 내과의사 미나카타 진이 시공을 뛰어넘어 막부시대로 떨어지고 만 후 생기는 에피소드.
 



현대 내과의사 미나가타 진은 두부열상 환자 긴급 수술집도 중에 두개골 안에서 기형아를 발견하고 적출한다. 그러다가 정체불명의 소리와 함께 시공을 뛰어넘어 막부시대로 떨어지는데.. 과연 현대 의학을 아는 의사가 과거로 떨어진다면? 흥미로운 주제를 일본의 역사와 함께 잘 풀어가는 만화다.


이런점은 좀!

재미도 : 3.5  현실성 : 3.0  그림체 : 3.0
 

추천합니다!
 
‘현대의 의술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은 누구라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만큼 주제 자체가 흥미롭다. 각종 사건들이 막부 시대의 유명한 일들과 연계되기 때문에 일본의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이런점은 좀!

과거로 돌아간 현대 의사가 어떤 식으로 현대 의술을 어떤 식으로 펼칠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하고 있으므로 멋진 수술장면이 나오거나 하진 않는다. 또 직접 페니실린을 제조하는 모습 등에서 조금 억지가 지나치지 않나 싶은 부분도 있다.
 
 

이 외에도 그 유명한 데즈카 오사무의 ‘블랙잭’,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최고 의학 만화로 꼽는 ‘닥터 베어’, 그 외에도 ‘닥터 할리’, ‘살의(殺醫) 닥터 란마루’, ‘국경을 달리는 의사 이코마’, ‘여의사 레이가의 싸이코 파일’ 의학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의사가 주인공인 '몬스터(Monster)'등 의학 또는 의학과 밀접한 내용을 소재로 한 만화가 상당 수 있다. 소재 또한 의사의 의술에만 맞춰져있지 않고 ‘의국의 현실’, ’의료계의 모순’, ‘과거로 돌아간 의사’ 등 다양하게 또 독창적인 방식으로 의사를 활용하고 있었다.

또한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일본의 의학 만화는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한다. 만화를 통해 ‘의료’가 문화 콘텐츠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의료를, 의사들의 삶을 엿볼 수 있고, 의사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그러나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의학 만화는 무한도전에 출연해 유명해진 정신과 의사 송형석씨가 그린 단편 명랑 개그 만화 스타일의 ‘순정의’나 박성진 씨가 그린 학습 만화 스타일의 ‘만화 항생제’ 정도 뿐이다. 정통 의학 만화라고 부를 만한 작품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자랑할 만한 의학 만화가 나올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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