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 소재분석연구부 한도경 박사가 한양대학교 생명나노공학과 성기훈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사람의 혈액 외에 타액과 같은 비침습적 방법으로도 급성반응물질 CRP(C-reactive protein)를 효과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고감도 신속 진단용 종이 슬립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바로 검사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간편하면서도, 진단의 정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CRP는 감염, 패혈증, 자가면역질환 등 염증성 질환 또는 심근경색, 악성종양, 외상, 수술 등 조직 손상이 발생하면 수 시간 내 간에서 혈류로 분비되는 대표적인 급성기 반응성 단백질이다.

따라서, CRP 검사 수치가 정상 범위(혈청 1-3 μg/mL, 타액 0.5-10 ng/mL)를 넘어 고위험에 해당되면, 그 만큼 중증 세균, 바이러스 감염, 뇌경색, 심장질환, 암 등의 발병 가능성이 큰 것이므로, 신속한 진단을 통해 질병 여부를 확인한 후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슬립칩을 활용한 CRP 검사 방법 및 고감도 검출 분석 원리_(위) 슬립칩과 휴대폰을 이용한 진단 검사 방법, (아래) 다공성 백금 나노 촉매 소재를 활용한 고감도 검출 신호 증강 기술 / 논문발췌
슬립칩을 활용한 CRP 검사 방법 및 고감도 검출 분석 원리_(위) 슬립칩과 휴대폰을 이용한 진단 검사 방법, (아래) 다공성 백금 나노 촉매 소재를 활용한 고감도 검출 신호 증강 기술 / 논문발췌

기존 혈액 검체를 통한 CRP 검사법은 검사 과정에서 채혈 스트레스나 채혈 자체가 부담스러운 영유아, 노약자를 대상으로 한 진단 검사에는 사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공동연구팀은 기존의 진단 키트와 작동방식은 유사하지만, 고감도 비침습 분석이 가능한 신속 진단 슬립칩을 개발했다.

이 슬립칩은 저비용의 종이 소재로, 종이 상에 친수성과 소수성 패턴을 디자인해 대상자의 검체 시료와 검출 신호를 증폭해 주는 시약이 순차적으로 주입될 수 있도록 만든 종이 분석칩이다.

고감도 분석 민감도 확보를 위해 자연계 효소를 모사한 다공성 백금 나노 소재(porous Pt nanozyme; pPtNZ)를 개발, 이의 촉매 특성을 활용한 효소 기질 반응을 통해 검출 신호를 증강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혈액에 비해 대단히 적은 양으로 존재하는 타액 속 CRP를 35분 이내 수십 pg/mL(피코그램) 수준까지 성공적으로 검출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슬립칩과 고감도 검출용 효소모사 다공성 백금소재 / KBSI
연구팀이 개발한 슬립칩과 고감도 검출용 효소모사 다공성 백금소재 / KBSI

특히, 이 슬립칩은 일반 의료기관에서 혈청 광학장비를 이용해 실시하는 표준검사법인 ELISA(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검사 수치와 비교해, ±5% 이내의 오차 범위를 갖고 있어 신뢰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검사 방식도 간단하다. 칩 위 검출부의 발색 변화를 통해 직관적으로 CRP 분석 결과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검출부 색이 변색되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촬영 후 무료 소프트웨어를 통해 정확한 검사 수치를 알 수 있다. 

한도경 박사는 “이번 연구는 혈액은 물론 타액에 존재하는 미량의 급성염증 반응물질을 분석할 수 있는 고감도 진단 플랫폼 기술로, 최대한 빨리 신체의 건강 상태나 중증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며 “급성 염증·감염 신속 진단 기술이 조기 상용화될 수 있도록 관련 기업들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분석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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