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저녁에는 어머님 생신을 앞두고 고향집에 가족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 우여곡절의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목요일과 금요일 양일에 걸쳐 대구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고서 토요일 행사 때문에 일정을 조금 앞당겨서 상경을 하기로 했는데, 마침 금요일 정오 무렵에 KBS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토요일 심야에 진행되는 <생방송 심야토론>에 토론자로 출연할 수 있겠는가 하는 요청이었습니다. 일단은 토요일 가족행사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토론자를 접촉해보시도록 정중하게 거절의 뜻을 밝혔습니다.

담당PD께서 2008년 광우병파동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토론이 준비되고 있으며, 협상부문, 사회학적 의미 그리고 과학적 쟁점 등을 토론하기 위하여 토론자를 섭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광우병파동이 일어난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2년이나 지났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차분해졌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에 이즈음해서 양측의 입장에 어떤 변동이 있었는지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이 가능하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2008년 광우병파동에서의 과학적 쟁점은 의학부문과 수의학부문에 걸쳐있기 때문에 토론자도 전공분야를 맞추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드렸습니다. 토론에 적임자를 추천해보라는 요청에 광우병의 위험을 강조해왔던 수의학자 A교수, 시민운동가 수의사 B국장, 시민운동가 의사 C국장, 역학을 전공하는 D교수, 신경과를 전공한 E과장, 역시 신경과를 전공하는 F교수 등을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광우병 및 인간광우병의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수의학자 G교수와 제가 대응토론을 맡도록 하되, 광우병위험을 강조해온 측의 토론자가 결정 되는대로 전공을 맞추기로 하였습니다.




처음 접촉한 A교수는 그동안 광우병 그리고 인간광우병의 위험성에 관하여 신문지상이나 공청회 토론회 등에서 활발하게 위험성을 강조해 오신 분입니다. 그런데 두어 시간 생각할 여유를 달라했던 그분은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아온 것이 소신이라는 이유로 출연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B국장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C국장 역시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합니다. 지방에서 근무하시는 E과장님은 서울까지 다녀오는 일이 수월치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하며, E교수님과 F교수님은 연결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담당하시는 분들이 곤경에 빠지게 되었는데, 저녁 무렵에서야 시민의료단체 H팀장이 출연키로 결정되었다는 연락이 오고, 그에 맞추어 제가 출연하기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어떻든 우여곡절 끝에 토론에 출연키로 하였으니 생신을 맞으시는 어머님 행사를 주관하시는 큰형님께 죄송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토요일 아침에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질문지가 오지 않은 것입니다. 담당PD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출연하기로 하신 H팀장이 심야에 연락이 와서 자신이 참석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판단이 들어 출연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토론에서 과학부문에 대한 토론은 없던 일로 하고 협상과 사회학적 관점에서 토론을 진행하는 것으로 범위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에 1박2일 동안을 긴박한 가운데 보내게 된 상황이 종료되고 토요일 아침에는 고향에 내려가 가족행사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실망하시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싶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 모일간지의 기획취재 과정에서 2008년 광우병파동 과정에서 자신이 주장했던 내용 가운데 관점이 다소 변했다는 것을 인정했던 분들이 그 직후 또 다른 일간지에서는 자신의 인터뷰내용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했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해당 신문사에 피켓을 들고 가서 시위까지 하신 분도 있다고 합니다. 신문인터뷰를 왜곡했다면 이분들은 토론회에 나서서 무엇이 진실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 때문에 토론회를 피한 것은 자신의 주장에 근거가 취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과 대중의 앞에서 당당하게 논쟁을 벌여 자신이 옳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의 견해만을 일방적으로 받아써주는 매체를 통하여 언론플레이만을 일삼는 그들을 언제까지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얼마 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아이리스>가 떠오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난 주말 양재천 산책길에서 마침 꽃을 피워 올린 <아이리스>를 만났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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