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성 소화 불량으로 고생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병원에 가서 몇 달째 스트레스가 심해서 소화도 안되고 힘들다고 했더니, 3일치 약을 주면서 다시 오라고 했더란다.

(물론, 나중에 이야기했지만, 이야기도 나름 많이 나누고, 배도 만져보고 했단다.)

막상 의사에게 물어보자니 왠지 나가려다가 말고 물어보기도 이상하고, 물어봐서 좋을거 없다는 막연한 귀찮음이 생기기도 해서 그냥 나왔다



그런데, 그 약이 뭔지 궁금했는데, 막상 의사에게 물어보자니 왠지 나가려다가 말고 물어보기도 이상하고, 물어봐서 좋을거 없다는 막연한 귀찮음이 생기기도 해서 그냥 나왔다고 한다.



 
약국에서 약을 받으면서, 약사에게 이 약이 무슨무슨 약이냐고 물어봤는데,


세상에 우울증 약이 섞여 있었다

 
아니, 세상에 우울증 약이 섞여 있었다며, 정말 놀랐다고 했다.

스트레스도 심하다고 하기는 했지만, 자기를 정신과 환자 취급한게 아니냐
의사한테 몇 달동안 아프고 힘들다고 얘기했는데, 스트레스도 심하다고 하기는 했지만, 자기를 정신과 환자 취급한게 아니냐며. 막 흥분하면서 말을 했다.

의사와 환자간의 충분한 소통의 부재로 인한 문제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3일 후에 다시 오라고 했는데, 약도 안먹을 것이고, 그 병원엔 다시는 가지 않을거라며 흥분하면서 말했다.

그 친구는 원래 '소화불량' 이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철근도 씹어서 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친구였는데

최근에 직장을 기고 직속 상사와 부딪히면서 몇 달째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소화도 안되고, 피로감도 심하고, 잠도 못자는 악순환을 겪던 중에 평소에 잘 가지도 않는 병원을 찾았다가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해버린 것이다.

그 친구에게 현재 그 친구의 상황과 증상을 고려했을 때 적당한 처방이었고, 그 약이 우울증 환자만 먹는 약이 아니라 만성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어서 처방이 종종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한 시간이 넘는 설득 끝에 약을 먹기로 하기는 했지만, 이 경우 외에도 의사와 환자간의 충분한 소통의 부재로 인한 문제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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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은 질병이나 약에 대한 정보를 의사로부터 직접 듣는 경우보다는, 인터넷이나 대중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약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과 매체를 통해 이슈가 될 때에는 환자와 의사가 충분한 소통을 통해서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부분들을 풀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아반디아를 처방한 의사는 환자에게 관심이 없거나 돌팔이라고까지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던 상황


최근에는 당뇨병에 처방되는 약물중 꽤 잘 알려진 아반디아라는 약도 이런 식으로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오해를 낳고 진료실 내에서 갈등을 빚는 대상이 되었다.

당뇨병에 처방하는 약물처럼 오래 복용해야 하고 많이 사용하는 약물을 다루면서도 정말 잘못된 약,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이미 명확해 진 약물을 의사가 습관적으로, 혹은 무감각하게 처방한다면 그건 의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크게 잘못된, 문제가 있는 일이다.

이번 아반디아 논란의 경우를 보면, 사실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자극적인 내용에 놀란 환자들이 처방받은 약중에 아반디아가 있는 경우 의사를 불신하거나 약을 바꿔 달라고 실갱이를 하고, 심지어는 아반디아를 처방한 의사는 환자에게 관심이 없거나 돌팔이라고까지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던 상황이었다.

의사가 처방한 약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거나, 궁금증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는 게 "나를 위해서" 가장 좋은 일일까?


그러나 아반디아와 관련된 이번 혼란은 사실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논란이 여러 경로를 거쳐 오며 과장되어 생긴 일이었으며, 사실관계는 마바리선생님이 쓰신 글(http://www.koreahealthlog.com/1780)에 잘 정리가 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아반디아가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이기 때문에 곧 시장에서 퇴출될 정도의 약이다..는 기사가 많이 났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 무뚝뚝하고 환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의사가 있다고 하자. 이 의사는 당신이 환자로 그 앞에 앉아 있지만 도통 내 말에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처방전을 받고 나서 불안하고 뭔가 개운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의사도 그 짧은 진료시간동안 의사의 관점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정말 큰 문제이지만) 의학적 추론과 사고의 과정을 통해 환자에게 어떻게 하면 최선의 처방이나 치료를 제공해 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무뚝뚝하고 환자에게 관심을 잘 보이지 않았고, 환자의 말을 잘 들어 주지 않은 것을 잘 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자신이 처방한 약에 의해 환자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의사는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의사가 처방한 약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거나, 궁금증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는 게 "나를 위해서" 가장 좋은 일일까?  

부족하겠지만 현실적인 노력을 하는 방법을 찾아 보자면

진료 과정에서 궁금증이 생기거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판단이나 사실 확인을 다른 경로를 통해서 하려 들기 보다는 진료를 한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확인해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리고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도 이런 답답한 상황이 자꾸 생기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거나 환자들이 너무 모른다고만 말할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의사와 환자가 모두 만족하고 완벽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오지는 않겠지만, 서로 상대방의 상황과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진료 과정에서 생기는 불필요한 오해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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