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는 지난 2월에 오산에서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으로 제대로 걷지를 못해 진단결과 요추 4, 5번 전방전위증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4개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허리를 제대로 구부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빈이는 소년의 집 출신으로 그동안 수녀님들의 사랑으로 성인으로 자라 직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당분간 알로이시오병원에서 물리치료도 받고 회복되기를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어느 날 수빈이가 발톱을 빼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양말을 벗기고 발톱을 보니 왼 엄지발가락이 두꺼우면서 굽어져 있었습니다. 손, 발톱 구만증(Onychogryphosis)였습니다. 이는 반복되는 외상이나 곰팡이 감염으로 잘 생깁니다. 다른 발톱도 많이 자라나 있었습니다. 허리를 구부리지 못하니 그동안 발톱이 많이 자랐는데도 깎지를 못했습니다. 수술실에서 국소마취를 해서 발톱을 뽑아주었습니다. 수술용 장갑을 벗고 손을 씻고 돌아서는데 수빈이의 발톱을 깎아주는 수녀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수술실로 들어와 핸드폰으로 두 장면을 찍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예쁜 꽃을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을 합니다. 그러나 이른 아침 누군가는 그 꽃에 물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가끔 저도 소년의 집 학생들이 오면 손톱깎기로 손, 발톱을 깎아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생시절에는 손톱을 기르는 것이 유행이기도 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기타를 퉁기는 경우에는 더욱 애지중지하며 손톱을 기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경우는 참 많겠지요.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으로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손, 발톱을 깎아주는 일은 보람도 있고, 보기에 아름다운 모습일 것입니다. 자본에 물든 우리 사회에서는 손, 발톱을 관리하기 위해 네일 아트 숍을 찾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글쎄요? 그런 사람들이 누군가의 손, 발톱을 깎아주는 모습을 저는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저의 편견일 수도 있겠지요. 평생 매니큐어 한 번 바르지 않았을 수녀님의 손톱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 작은 행복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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