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인근에 있는 고등학교 교장선생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기숙사에서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의 건강 문제로 흘러 예방 접종이 주제가 되었습니다. 아마 대부분 어렸을 때 학교에서 단체로 예방 접종 맞아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무슨 주사인지 모르고 예방 접종을 단체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단체 접종은 최근 몇 년간 보건복지부 및 의사협회,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나서서 위험성을 홍보하고 금지할 것을 각 단체 및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에서는 아파트 단지내로 단체 접종을 나가거나, 일부 보건소에서는 학교로 단체 접종을 나가는 등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단체 접종을 금지하는 것은 백신의 보관 온도를 외부에서 유지하기 어렵고, 의사 없이 접종하거나 있더라도 많은 사람을 접종하는 관계로 예진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 단체 접종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얻더라도 학생이 자신의 질환을 잘 모르거나 예방 접종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예진표를 미리 작성해 부모의 동의를 받고 기저 질환이 있는지 등을 미리 알아오기 때문에 괜찮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확인해보면 예진표 작성해 오라는 숙제(?)를 해오지 않아 학교에서 부모님 이름으로 사인하고 대충 체크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저도 학생때 그랬는걸요.


또한 자신의 자녀가 어떤 예방 접종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복 접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예진을 하는 경우에는 접종 시기등을 이야기 하면서 기억해 내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이런 중복 접종이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전체 수를 놓고 보면 많지 않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날 교장선생님은 저에게 단체 접종을 하면 서로 좋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학생들 자율학습 끝나면 밤되는데 접종할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또 부모님들도 학교에서 접종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교장선생님께 정부 방침이고 이러 이러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단체 접종은 없다고 매듭 지었습니다.


나라가 가난하고 못살고 질병이 조절되지 않아 창궐할 때에야 일렬로 줄서서 설명없이 주사를 맞는 것도 있을 수 있다지만, 대한민국이 OECD국가고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하는 지금에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의학적 안전성도 중요한 문제지만 인간다움이 훼손당하는 것 같은 기분도 개인적으로는 있습니다.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하면서 하루 몇백에서 몇천의 환자가 내원해서 (과거 극장에서 표를 구하기 위해 한 블럭 넘게 줄을 섰던 것 처럼)  접종을 하는 것도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제대로 예진을 해서 그 인원을 수용하는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또한 실적 위주의 보건행정 (해당 지역 접종률 몇%) 과 일부 의원의 영리를 위한 아파트 단체 접종은 앞으로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과 공부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내 몸을 위해서 시간 내는 것은 아까운 것이 아닌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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