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과는 달리 유난히 비바람이 거셌던 오늘 새벽, 이제 갓 스물아홉이 된 청년은 그날도 병원 앞 마트의 보안팀장으로서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 나는 두개골 골절 환자가 있다는 콜을 받고 약간의 짜증과 함께 졸린 눈을 부미며  CT에서 출혈소견이 없음을 확인한 후 밍기적대며 응급실로 향하던 찰나였다. 1층에 도착하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고, 응급실에 의식변화가 동반된 외상 환자가 있다며 다급하게 알려왔다. 다행히 도착과 동시에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고, CT에서 경막하 출혈이 확인된 후에는 초스피드로 수술준비에 들어갔다.

 대충의 사연은 이러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오늘 새벽, 그날도 마트 보안팀장으로서 야근을 마친 후 퇴근하려던 찰나 거세게 몰아치던 비바람에 건너편 빌딩의 대형간판이 무너져 내렸고 그로인해 길가던 한 행인이 다치는 작은 사고가 생겼다. 그 청년은 그 시민이 무사히 대피하도록 도왔고, 간판 붕괴 덕에 유리창이 깨지는 등 난장판이 된 그곳에 남아 앞장서서 현장 정리와 질서유지를 위해 힘썼다. 헌데 간판이 무너지면서 깨졌던 강화유리 조각 일부가 현장에 남아있던 그 청년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이후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내원당시에는 이미 반혼수 상태였고, 생체 활력 징후는 불안정 했으며 골편의 일부가 노출되어 있었고 그 틈새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록 보호자가 없었고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 환자는 수술방으로 올라갔다. 생체활력 징후는 여전히 불안했고 수술 중에는 30pint에 이르는 적혈구가 환자에게 수혈될 정도로 환자 상태는 좋지 않았다. 첫번째 수술을 마치고 촬영한 CT에서 반대측에 생긴 경막외 출혈을 제거하기 위해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20분 가량 머물다가 다시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그 시간동안 환자의 중심정맥라인을 잡으면서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참 뜻한 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것임을 다시금 느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를 놓고 본다면, 스물아홉이라는 젊음이 없었다면 이제껏 버티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 얼마 뒤면 환자는 두번째 수술을 마치고 나올 것이다. 부디 두번째 수술 후 촬영할 CT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보이기를 기도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했던 한 젊은이가 가족만큼은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휴, 그나저나 태풍과 비바람 때문에 외상 환자들이 많아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침에는 전산을 마비시키셔 나를 괴롭게 하더니, 이런 중환 환자들까지 만든 태풍 곤파스. 자연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았다. 이런 날은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다치치 않도록 모두들 조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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