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한민국을 강타한 곤파스는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날 보안팀장이었던 스물 아홉의 젊은 청년은 태풍으로 떨어진 간판에 행인이 다치는 사고를 수습하고 현장 정리와 질서유지를 하고 있었다. 헌데 간판이 무너지면서 깨졌던 강화유리 조각 일부가 현장에 남아있던 그 청년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이후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응급실을 통해 내가 있는 병원으로 왔고 두차례의 응급수술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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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파스에 의해 날아온 간판을 맞고 쓰러졌던 스물 아홉살의 청년은 두시간의 CPR에도 불구하고 애석하게 짧은 생을 마감했다. 두번에
심정지 상황을 제세동기와 심폐소생술로 무사히 넘기는가 싶었지만, 강철과도 같았던 그의 몸도 세번째 심정지는 이겨낼 수가 없었나 보다. DNR과
장기이식 설명을 위해 보호자 앞으로 다가선 순간 그의 동생과 친구들은 오열하면서 쓰러졌고, 그 앞에서 아무런 말도 잇지 못한 채 나는 중환자실로
돌아서야 했다.

 가족과 동생의 오열와 함께 심폐소생술(CPR)은 두시간 가까이 진행되었고 우리들은 땀에 흠뻑 젖어가며 환자의 심장
위를 수없이 눌러댔다. 갑작스레 발생한 심실성 빈맥으로 제세동기를 통한 율동 전환을 시도했지만 그 역시도 실패했고 이후 늘어진
심박동수는 에피네프린과 아트로핀을 수십개 쏟아 부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더 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그의 매제가 그만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뱉기 전까지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천재 때문에 벌어진 한 젊은이의 비극적인 종말은 그렇게 끝이 났고, 그는 그렇게 중환자실을 떠났다.

고인의 명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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