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전공의 생활을 하면서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DBS(Deep Brain stimulation)와 SCS(Spinal cord stimulation)가 아닌가 싶다. 인체의 생리적 전기 자극을 기계로 조절하여 신경전도 및 운동을 조절한다는 점이 특히나 매력적이었다. 그 중 DBS는 떨림(temor)을 주소로 내원하는 파킨슨 환자들이나 운동장애 환자들에게서 많이 시행되는 수술인데, 운동질환의 원인이 되는 뇌 기저부의 이상부분에 반영구적인 전극장치를 삽입해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어 이상 신경회로를 조정해 증상을 호전케 한다. 이를 통해서 뇌에 일정한 전기 자극으로 비정상적인 운동기능 자체는 저하시키고, 정상적인 운동기능은 가능하게 되어 환자가 비정상적인 떨림이나 강직 등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돕는다. 부정맥 환자들의 심박동수를 조절하는 인공 심박동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러한 DBS는 1987년 알림-루이즈 베나비드 박사가 프랑스에서 처음 발표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1세기 초입부에 들어서 널리 보급되었는데 몇몇 대형병원에서 현재 활발하게 시술 중이다. DBS 개발 전에는 운동원성 질환의 치료 기법으로 약물 이외에 뇌기저 핵파괴술이나 담낭창구절제술 등의 수술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방법은 침습적인데다가 운동력 저하나 언어 장애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미세전극을 이용하여 뇌심부구조물들의 전기생리학적 상태를 정확히 측정하고 기록하게 됨으로써 각각의 환자에서 뇌심부구조 위치의 다양성을 교정하여 더욱 정확하게 목표지점을 찾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고, 여기에 정상적인 뇌 조직을 파괴하지 않으며 전기 자극기를 켜고 끌 수 있고, 시술 후 자극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개인별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은 DBS가 새로운 운동질환의 치료법으로 주목받는데 큰 힘을 실어 주었다.


DBS는 전극선과 배터리, 연장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극기 심부 삽입은 국소마취 상태로 진행된다. 수술 전에 환자는 정위틀을 머리에 쓰게 되고, 이는 지난번에 소개한 고혈압성 뇌출혈의 정위수술과 마찬가지로 수술 중 전극 삽입부위를 파악하기 위한 좌표로 이용된다. 수술하는 내내 집도의와 환자가 대화를 나누며 문제의 시상하액 이상부위 위치를 확인하게 되고, 문제 부위에 전극을 삽입해 자극기의 위치와 강도를 조절하며 반응을 기록한다. 이후 최적의 위치가 정해지면 전극 삽입 후 다시 전신마취를 한 다음 바로 자극 발생기(배터리-전원발생 장치)를 양쪽 가슴 부위에 삽입함으로서 수술은 마무리 된다.

 파킨슨으로 수십년동안 약물을 복용하고 뇌수술까지 했지만 증상호전이 더디었던 한 아주머니도 금주 화요일 DBS 수술을 받고난 뒤로는 증상의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에 SCS를 삽입하여 눈에 띄는 증상의 호전을 이뤄냈던 일주전을 기억하면서 다시금 전기자극기 삽입술에 대해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홀로 먼발치에 서서 점차 떨림이 호전되어가는 그 아주머니를 바라보면서, 만화나 영화에서만 보았던 로봇이나 기계인간의 등장도 꿈 같은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도록 제조된 영양제와 인공 혈액과 호르몬, 인조 장기, 팔 그리고 다리, 인공심박기, 인공호흡기, 이동형 투석기 여기에 신경 자극을 조절하는 전기 자극기까지 의과학의 무서운 발전 앞에서 터미네이터와 만나는 죤 코너를 상상하며 잠시나마 망상에 빠져본다. (DBS 이야기 중에 왠 공상과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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