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상태의 한 젊은 남자가 무호흡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왔다. 이미 두차례의 심폐소생술을 거친 후에야 회생할 수 있었던 혼수 상태의 그 환자는 이후 시행한 Brain CT(뇌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지주막하출혈 소견이 관찰 되었고, 혈압은 80/40산소포화도는 80%가 채 되지 않았다. 승압제와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 가느다란 숨을 겨우 이어가고 있었던 이제 갓 30대 중반의 건장했던 그 사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사내의 아버지를 앞에 두고 뇌 사진을 보여주면서, 뇌출혈이 이미 상당부분 진행되었으며 현재 의식의 가장 아랫단계인 코마 상태로 회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그 사내의 어머니가 병원에 도착했고 아들의 상태를 설명하자 땅바닥에 주저앉아 한없이 눈물만 흘리며 제발 살려달라고 나를 향해 애원했다. 하지만 그 어떠한 희망의 단어도 그분에게 건낼 수가 없었고, 그저 숨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말만 되뇌일 수 밖에 없었다.

 정확한 수상기전을 알고자 그 사내의 아버지에게 그 사내와 관련된 몇가지를 물었고, 돌아오는 대답들은 나를 한없이 슬프게 만들었다. 올해로 서른 셋인 그 사내는 변리사 시험을 패스하고 최종 합격자 명단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미래가 촉망되던 젊은이었다. 번 돈을 모아서 부모님에게 번듯한 집 한채 사드리는 것이 인생의 목표요 낙으로 여겼던 그 젊은이에게는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는 형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의 형은 정신분열 증상을 이기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막말을 퍼부었고, 그 광경을 차마 참고 있을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어머니를 함부로 대했던 형과 다투게 되었다. 10여분 정도가 지났을까. 밀고 당기는 실랑이 도중 그의 형은 '찰싹'소리가 멀리서도 들릴만큼 동생의 뺨을 내리쳤고, 그 소리와 동시에 동생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아무리 그를 불러도 잠에서 깨질 않자 그의 어머니는 119에 신고했고 병원에 실려오게 된 것이었다.

 형제간의 다툼이 불러온 비극은 결국 그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뺨 한대가 불러온 지주막하뇌출혈은 결국 그를 죽음의 문턱에 까지 이르게 한 셈이다. 그의 부모, 친지, 친구들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은채 오직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있는 그를 보면서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고 변리사 시험 합격 이후 펼쳐졌을 탄탄한 그의 미래에 대한 아쉬움을 쏟아냈다. 형은 사건이 벌어진 직후 집을 나갔고,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형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어떨게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알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인과관계를 찾는 일을 떠나서 앞으로의 날들이 더욱 기대되었던 그가 자리를 박차고 깨어나서 다시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 내 작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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