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소개했던
 그의 절개부위가 두피의 한가운데를 정확히 가르는 것에서 착안, 거즈를 길게 펴서 수십겹을 겹쳐놓고 그 위에 고정 테잎을 붙여서 G-드래곤의 모히칸 스타일 재현해냈다.(그의 사진 인증은 내일 드레싱 후에 하기로 약속했음) 처음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는 무척이나 부끄러워하며 '선생님, 이건 모히칸이 아니라 울트라맨인데요.' 라고 말하던 그가 지금은 내 드레싱 덕분에 최고의 인기남이 되어가고 있다. 심지어 그 친구 옆에서 Diffuse axonal injury(다발성 신경손상) 치료받고 있는 열여섯살짜리 고딩은 본인도 쌩머리를 밀테니 저렇게 만들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고 있다.

 데일리로 모히칸 스타일을 구현하는 작업은 시간에 기는 직업 특성상 매우 귀찮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즐거워하는 그를 위해 전문간호사에게 맡기기 보다는 직접 챙기려 노력 중이다. 오랜 시간 드레싱을 하다보니, 어리지만 참 사연 많았던 그와 병원 이야기 외에도 살아온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외형적 상처뿐만 아니라 그가 가진 내면의 아픔까지 일부 보듬어 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비록 지루한 어느 주말 오후 웃자고 장난스럽게 시작한 모히칸 드레싱이었지만, 의사로서 많이 부족하고 미흡한 나에게는 한 환자와의 소중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도움을 준 고마운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누군가 병동 환자 모두를 모히칸 스타일로 드레싱하라 한다면, 드레싱만 3~4시간이 걸릴터이니 아마 식겁하고 그 길로 도망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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